정 지 연

저는 구원을 받고 나서 선하게 변하신 많은 크리스천들의 간증을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구원을 받고 나면 바로 그 다음날 180도 다른 사람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완전히 선한 사람이 될 줄로만 알았습니다. 마치 영화 ‘마스크’에서 주인공이 마스크를 쓰고 나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구원의 확신을 얻은 다음날에도 저는 여전히 전과 똑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제가 정말 구원을 받은 게 맞는 것인지 주변 성도님들께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 안의 변화가 아주 조금씩 조금씩 일어났습니다.

그 첫 번째는 성경을 읽을 때마다 전에는 도무지 이해되지도, 실감나지도 않던 구절들이 마치 제 이야기처럼 이해가 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떨 때는 마치 주님이 제게 직접 말씀하시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어떨 때는 제 마음의 죄를 콕 집어서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성경이 살아있다는 말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말씀을 가까이 할 때는 늘 마음이 평안하고 주님의 뜻대로 살고자 하지만, 말씀을 조금만 멀리해도 삶이 불안해지고 다시 세상의 관점으로 살게 됩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그 영혼들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큰 은사라고 생각합니다. 전에는 ‘ㄱ’이라는 사람은 어떻고 ‘ㄴ’이라는 사람은 저렇고 하는 등 그 사람에 대해서만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그 영혼들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영혼 하나하나가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을 믿지 않는 영혼들이 죽음 후에 어디로 갈지 너무나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3년 반 동안 구도자를 위한 성경공부를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은 구원 받은 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언니 가족이 저희 집에 한 달 동안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아무리 친한 사이더라도 한 달 동안 함께 산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때는 그 언니를 전도하고 싶은 마음에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함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독실한 불교신자인 그 언니를 전도하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제 기도 제목 중에 한 사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죄에 대해 조금씩 더 민감해지는 것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죄를 짓고 살고 있지만,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꼈던 작은 잘못들까지도 죄책감을 느낄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 한 예가 놀이공원 입장권을 빌리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 곳 샌디에고에는 많은 공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친한 사람들끼리 서로의 회원 카드를 빌려주곤 합니다. 그런데 한 자매와의 교제를 통해서 그것 또한 남을 속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아무리 돈이 들어도 다른 사람의 회원 카드를 빌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구원을 받고도 왜 죄를 짓는 걸까 하며 한탄했었지만 구원을 받고도 여전히 죄의 본성이 남아있다는 걸 알았을 때 한편으로는 안도감을 느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주님과의 교제를 통해서 제 안의 있는 죄의 본성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네 번째는 죽음이 두렵지 않게 되었습니다. 죽음 후에 제가 갈 곳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제 아이들과 남편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즐겁게 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저와 남편은 구원의 은혜에 빚진 자로서 어떻게 이 빚을 갚을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아직도 저를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해주시고, 힘든 중에도 음식을 준비하시면서 성경공부를 주관해주신 많은 성도님들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분들처럼 아직 믿지 않는 구도자들을 위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저는 ‘보내는 선교사’에 대해 생각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나 남편의 믿음이 선교사로 보냄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파송된 선교사님들을 도울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얼마 안 되지만, 매달 두 분의 선교사님을 돕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이렇게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삶’을 살다가, 훗날 예수님께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칭찬 받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주: 이 간증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풀러턴 모임의 천광식 형제님이 샌디에고에서 매주 토요일 운영하시는 성경공부반에서 구원 받고 구령을 위해 남편과 함께 많이 수고하고 계신 한 청장년 자매님의 간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