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믿음은 먼저 듣는 귀에 오는 것이지 사색하는 지성에 오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박연일 형제님가정에게 선교를 결정하게 된 간증을 하라면 첫마디가 “배운 것도 없고, 아는 것도 별로 없는 저희 가정을 주님께서 가라 하셨습니다.”라며 참으로 겸손한 말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 차지도 덥지도 않은 상태로 무기력하게 세상에 휩쓸려 사는 크리스천이 많은 이 시대에, 온 제자들을 향하여 “가라!”라고 외치셨던 우리 주님 명령에 귀를 기울인 이 믿음의 가정과 함께 했던 10개월 훈련원 생활은 저에게는 많은 도전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재영 자매님과는 예전부터 전국 주교사 스텝 일을 함께 했지만 경기도와 전라도라는 거리 차이 때문에 자주 만날 수 없어서 그저 안면만 익혔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훈련원에서 한 솥밥을 먹으며 한 지붕아래 살다보니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게 되었고 자매님의 성도들을 섬기는 모습과 형제님의 형제 사랑하는 모습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이 가정과 사귐을 가지며 새롭게 알게 되었고 제 나름대로 생각했던 점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1. 기도의 사람

훈련원에 있으면서 약 이십 여명 강사님과 국내에서 파송된 여러 명 선교사님들을 뵙고 배움과 교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대부분 형제님들이 기도제목을 내놓으시고 기도 부탁을 하셨는데 어느 강사님이 자신은 나중에 ‘하나님의 사람’으로 불리기를 원하니 이를 위해 기도해주기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형제님의 기도 부탁을 듣고도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그 강사님이 다시 강의를 하러 오셨는데 이재영 자매님이 저에게 “강사님을 다시 뵈니까 정말 좋고, 아직도 저번에 부탁하셨던 기도 제목대로 매일 형제님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기억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 형제님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며 다른 사람의 필요에 둔감하고 기도로 돕지 못하는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강사형제님들의 환송식 때마다 자매님이 미리 편지나 헤어지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글을 준비하면서 앞으로 형제님을 위해 기도하겠다며 강사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매번 보았습니다. 시편 109편 4절 말씀 “나는 기도 할 뿐이라.”라는 말씀이 NIV에서는 “I am a man of prayer.”로 표현되었는데 이재영 자매님을 보며 정말 ‘기도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새벽을 여는 부지런함

몇 년 전에 ‘새벽형 인간’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던 일이 있었습니다. 예수님도 새벽 미명에 기도하러 산에 올라가셨다는데, 새벽형 인간이 되기는커녕 아침 큐티 시간마다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제 모습을 보며 아침형 인간이라도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이재영 자매님은 새벽 5시면 일어나 큐티와 기도 시간을 가진다고 합니다. 이런 생활은 아이 넷(조카 둘 포함해서)을 키울 때도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새벽형 인간’입니다. ‘그렇게 이른 아침마다 주님과의 교제 시간을 가지니 그분 음성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겠구나!’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매님과 큐티를 나눌 때는 많은 것을 느끼고 우리 주님의 더 풍성하신 사랑을 맛볼 수 있어서 자매님과의 큐티 나눔 시간은 저에게 정말 유익했습니다.

3. 성도의 맘을 헤아리는 넓은 아량

훈련원 동기 중에 유달리 배앓이를 자주 하는 청년 형제가 있었습니다. 훈련원은 단체 생활을 하는 곳이기에 내 집처럼 내 건강상태에 맞추기 힘듭니다. 내가 배탈이 났다고 나 하나 때문에 죽이 나오기도 힘들 뿐더러 식당에 아프다고 알려 주기 전까지는 내가 아픈 것조차도 알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재영 자매님이 이 골골한(?) 형제를 위해 아플 때마다 흰죽을 끓여주고 건강을 많이 살펴주었습니다. 이게 얼마나 고마웠던지 그 형제가 송별식 때 누나처럼 세심하게 챙겨줬던 자매님을 보며 한 가족처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식사 때 마다 식탁정리와 주방정리를 도맡아하고 또 매주 월요일에 부식이 들어오면 주방에 일손이 모자람을 알고 무거운 짐을 들어주고 야채를 손질하러 주방에 들어가, 솔선해서 주방에서 일하시는 자매님을 성심 성의껏 돕는 것을 보면서 자매님에게는 성도를 섬기는 일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결혼 한지는 몇 년 됐지만 직장생활을 해서 육아와 살림에는 영~ 솜씨가 없는 저에게, 선한 사마리아원에서 수십 명 아이들과 함께 한 경험과 아이 넷을 키우면서 알게 된 육아, 요리, 미용, 의료 등 생활의 노하우를 세심하게 알려 주었기에 언니가 없는 저에게는 친 언니 같은 푸근함이 느껴졌습니다.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선교하셨던 로스 브라운 형제님께서 선교지에 가기 전에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사항으로 가정의학 상식이나 미용, 여러 가지 재료로 요리하는 방법, 자동차 수리(박연일 형제님은 기아 자동차 근무 경력이 17년이니, 거의 자동차 박사겠죠?)등이 꼭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박연일 형제님 가정은 이미 주님께서 여러 모양으로 선교준비를 시키셨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4. 신 영지주의 학파의 수장(?)

훈련원에 올해 신종학파가 생겼는데 이른바 ‘신영지주의학파’입니다. 아니, 우리 모임에 왠 영지주의(?)하시겠지만 이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전에 다소 버거운 5시간 연속 공부시간이 끝나면 점심식사 후, 형제님들은 운동이나 등산으로 체력단련을 합니다. 훈련원 주변에는 야산이 많은데 박연일 형제님이 등산을 하다가 산에 있는 영지버섯을 발견해 그것을 캐다가 가끔 같이 훈련받는 우리에게 영지버섯차를 끓여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 영지차를 마시고 공부를 한다고 해서 우리 동기들을 ‘신영지주의학파’라 자칭하게 되었습니다. 먼 나라에 가서 선교하려면 자기 건강부터 챙겨야할 텐데 우리 동기들까지 챙겨 주신 형제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5. 눈물의 파송식

2008년에는 유독 선교사 파송식이 많았습니다. 하나님 말씀이 전 세계로 확장되는 일에 우리나라가 크게 쓰임을 받는다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요? 매번 파송식에 참석할 때마다 제게 여러 심정이 교차합니다.

그 중 하나는 세상의 마지막이 가까운 이 시대에도 예수님의 지상명령인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가라!”라는 말씀이 실현되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가슴 벅차는 기쁨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함께 했던 성도를 멀리 이국땅으로 보내야 하는 아쉬움과, 아끼는 지체가 오지에서 고생할 것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노부모님들을 남겨두고 타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겁고 죄송스러울까?’ 라는 생각, 파송되는 이 가정으로부터 받았던 많은 사랑 등이 기억나기에 ‘파송의 노래’를 부르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전에는 ‘왜 주님께서는 우리 교회에, 그리고 나에게 꼭 필요한 성도를 필요로 하시는 걸까? 주님은 가진 것도 많으신데....’ 라며 하나님께 아쉬운 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 위로를 얻습니다.

  선의 원천이시여

주께로부터 모든 복이 흘러나오니,

주의 충만은 부족을 모르나이다.

주께서 주님 자신 외에 무엇을 바라리요?

그렇지만 주님은 스스로 만족하시면서도

나의 무가치한 이 마음을 바라시나이다.

주께서는 이것을 이것만을 원하십니다.

By Johann Scheffle

부디 하나님께서 이 가정을 머나먼 캄보디아에서도 눈동자같이 보살피시며 이 가정이 하나님 계획과 뜻대로 크게 쓰임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훈련원에서 헤어질 때 이재영 자매님이 조심스레 건네주었던 엽서를 옮기며 이 글을 마칩니다.

 멋진 하나님의 사람 김화령 형제와 그의 사랑스러운 아내 이경화 자매에게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 값은 진주보다 더하니라.”(잠31:10)

그리스도인훈련원(CTI)에 와서 자매 가정을 더 알게 하신 주님을 찬양해. 주님의 귀한 사랑이 가득한 예쁜 부부의 모습을 보며 많이 행복하고 감사했어. 영어공부와 플룻 레슨, 귀엽고 사랑스런 수빈 시은이도 넘 감사하고 소중한 보물로 간직할게. 그러고 보니 사랑의 빚을 많이 졌네. 주님께서 어떻게 이 가정을 사용하실까 기대가 돼. 우리의 만남과 교제를 이렇게 허락하심이 얼마나 귀한지. 주말마다 오고가던 길도 이젠 얼마 안 남았고, 아프지 않고 건강주심도 감사해. 기도 동역자를 얻게 하시고 10개월간의 합숙으로 많이 친해지게 하신 것도 정말 감사드려. 은사를 따라 지역모임을 섬겨갈 때 더 인격적으로 성숙해가는 시간을 갖기를 기대해. 우리 가정으로 인해 유익이 되었어야 하는데... 과연 덕이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 항상 건강하고 꼭 필요한 지체로, 현숙한 아내로, 멋진 엄마로, 유덕한 며느리와 딸로 그리고 내 기도 동역자가 되어주길 기도하며, 주님 이름으로 사랑하고, 행복한 시간 만들어줘서 고마워!

재영자매 씀

이 경 화(남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