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뉴 호라이전 학교를 기억하며
요즘 학교 동네에서 아이들을 만나거나 사람들을 만나면 “코리안 썰, 나마스테(한국인 사장님 안녕하세요?)” 라고 많이들 인사를 건넨다. 학교를 시작한지 2년이 지나면서 이제 길거리에선 흔히 우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3천 여 명 인구를 가진 시골 면소재지에 학생들이 약 1000명 되는데, 그 중에 500여명이 우리 학교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비단 아이들 뿐 아니라 60여명의 어머니 학생들도 또한 이제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다. 매일 저녁 어머니 교실을 열어 야학 교실도 운영하는데 60여명 어머니들이 두 반으로 나누어 대단한 열기로 공부하고 있다.

학교 시작 후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정말 감사할 뿐이다. 어떻게 지난 2년을 다 말할 수 있을까? 시작부터 인근 학교들이 학생을 빼앗긴다고 얼마나 많이 방해를 했는지 모른다. 개교식 때부터 반대하는 데모를 하고, 인근 학교들은 연명해서 교육청에 제소하기도 했으며, 또한 마오이스트들의 협박, 어떤 때는 계엄 사령부에서의 협박 전화, 지역 신문에 두 번 씩이나 대문짝만하게 오른 학교 기사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여러 가지로 우리를 핍박한 오직 한 이유는 학교를 통해 온 동네 사람들을 크리스천으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매 상황마다 주님이 놀랍게도 이들의 핍박으로부터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시며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셨다. 그러므로 지난 2년간의 모진 세월은 결코 헛되지 않은 것이었다.

성경 공부를 통해 8명의 선생님이 구원 받고 그 가족들도 구원을 받았다. 이젠 학교 마을에서 한 명 한 명 영혼들이 더해져 지금은 학교 마을에 17명의 성도들과 여러 명의 구도자들, 그리고 아이들까지 30-40여명이 교회에 매주 참석하고 있다.

이 마을은 5년 전 만해도 기독교인이 된 사람들을 인근 마을로 추방한, 지독한 힌두 마을 가운데서도 네와리(카트만두 원주민) 민족 집단 마을이다. 이런 마을에 복음의 싹이 트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계속 여러 가지 캠프와 엑스트라 활동을 통해, 혹은 여러 나라들과의 문화 교류 등을 통해 복음을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심고 있다. 특히 지난 겨울까지 3 회째 “비전 캠프”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주로 모임 청년들로 팀이 구성되어 매년 겨울 방학 때마다 네팔에 단기선교 팀을 구성하여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종의 겨울 캠프이다. 이 캠프는 또한 청년들에게는 단순히 선교지를 잠시 방문하거나 도와주거나, 또는 배우는 차원이 아닌 선교 현장에서 직접 동역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지난 겨울부터는 IVCI(International Vision Camp Institute)를 만들어 혹 현지에서 행사 중 생길 수 있는 제반 문제들을 대비하고자 했다. 이는 한국 단체에서 직접 와서 운영하고 돌아가는 행사로 책임을 이곳에서 지지 않기 위해 IVCI 라는 한국 소재 임의 캠프 기관을 만든 것이다. 2007년 1월에 실시 될 4회 비전 캠프 팀을 모집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주님이 어떤 청년들을 준비 하실지 기대가 크다.

초기에는 학교 경험도 없는 내가 1년 동안 교장직을 수행했다. 학교 기초와 모든 조직과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제 셋팅이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교장을 사직했다. 교장 뿐 아니라 교감 등 모든 운영 책임을 성경공부를 통해 얻은 구원받은 성도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 맡기고 나는 이제 2-3일에 한번 정도 학교에 출근하며 경영 전반에 대한 체크와 조언을 해주고 있다.

매일 아침 수업 한 시간 전에 운영위원회 성도들이 자체적으로 교장실에 모여 경건의 시간을 나누고 또 학교를 위해 기도를 한 후, 하루 일과를 계획한다. 이것이 학교의 가장 큰 힘이요 열매요 또한 미래라고 생각한다. 선교사가 아닌 이들이 바로 이 학교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이번 3월에는 학교의 최대 숙원이었던 학교 버스를 주님이 해결해 주셨다. 학생들만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학교 동네에서 교회에 참석하던 성도들에게 더 큰 기쁨이 되고 있다. 학교 동네에서 교회까지는 1시간 반 내지는 두 시간 걸리는데 버스를 두 번 이상 갈아 타야 하기에 그 동안 이 지역 성도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 뿐만 아니라 수요집회는 저녁에 모이는데 거리도 멀고 밤에 안전 문제도 있고 해서 그 동안 학교 마을 성도들은 따로 목요일 날 집회를 가졌었다. 그런데 이제 버스를 통하여 수요집회에 거의 모든 성도들이 함께 모이고 있다. 그 동안 수요집회가 둘로 나눠 모임으로써 힘이 없었는데, 이제는 교회 모든 성도들이 함께 모이니 얼마나 힘이 되고 기쁨이 되는지 모른다. 이 지면을 통해서 그 동안 학교 버스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특히 어려운 중에도 헌신해 주신 여러 귀한 성도들의 기도와 헌신의 손길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또한 주님 은혜로 장학제도가 계속 실시되고 있다. 기아대책 기구(FHI)에서 계속 아이들의 학비를 후원해 주고 있고 학교 인수 후 자체적으로 만든 1:1 결연 시스템을 통해서도 국내 성도님들이 계속 참여를 하고 있다.

열린문 3-4월호를 통해서 한국 최초 선교사인 아펜젤러의 선교 사역을 보면서 그가 시작한 한국의 배재학당이나 그의 딸이 설립한 이화 학당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뉴 호라이전 학교가 향후 어떻게 네팔 선교 역사에 기록될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 부족한 자가 과연 끝까지 잘 감당할 수 있을지 더욱 주님 손에 맡길 뿐이다. 다만 주님 약속을 믿고 바라며 뿌리고 있는 것이다.

“너는 아침에 씨를 뿌리고 저녁에도 손을 거두지 말라 이것이 잘 될는지 저것이 잘 될는지 혹 둘이 다 잘 될는지 알지 못함이니라”(전 11:6)

2. 카트만두 교회를 생각하며
카트만두 교회를 생각하면 복음의 생명력에 감탄할 뿐이다. 교회가 분가한 후 2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 중 하나는 책임감이다. 초기에는 이 현웅 형제님이 있었기에 나 자신은 주로 쿠시쿠시에 주력하며 교회에 대해서는 큰 짐이 없었는데 교회가 분가한 후에는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아프면 기도해 달라는 전화가 오고, 부부싸움을 해도 전화가 오고, 정말 정신이 없었다. 얼마나 자주 병문안을 가야하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로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것인지 일하며 배우며 또 실수도 많이 했다. 또 어떤 때는 성도에게 사과도 하고 참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교회 일을 시작하면서 느끼는 것은 나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가 하는 것이었다. 솔로몬이 수많은 백성들을 재판하기 위해 지혜를 구했던 심정과 출애굽을 지시 받았을 때 모세의 그 질긴 변명이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 그래서 어쩌면 나 자신의 교회 사역은 성도들을 섬기며 무엇을 가르친다기 보다는 오히려 배우고 있다는 표현이 더 솔직한 고백일 것 같다.

낮에는 주로 학교와 쿠시쿠시에서 일하고 오후 시간은 주로 교회 성도들을 돌보고 있다. 가장 기쁜 것은 태어나면서부터 섬겨온 3억 3천의 우상을 버리고, 한 영혼 한 영혼이 우리 주 그리스도 안에 돌아와 구원을 받고 침례를 받는 것이다. 보다 더 기쁜 것은 이들의 삶 속에서 주님이 일하시는 것을 볼 때이다.

가정에서, 친척들로부터, 또 동네에서 핍박 받고 멸시 당하면서도 교회에 나와 환한 모습으로 찬송하는 이들을 보면 하루 종일 지친 몸이지만 얼마나 힘이 나고 감사가 되는지 모른다.

지금은 45명의 침례 받은 성도가 있고 3명이 구원 간증 후 분별 중에 있다. 약 2년 반전에 대략 16명 정도의 성도로 분가를 한 후 시작했는데 주님께서 거의 세배 가까이 성장하도록 해주셨다.

주일학교와 학생들 그리고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구도자까지 합하면 매주 정기적으로 80-90여명이 모이고 있다. 일군으로는 덜싱 형제와 빌바둘 형제가 집사 직분으로 신실히 교회를 섬기고 있다. 두루바 형제 가족도 22개월간의 한국과 호주의 연수를 마치고 귀국해 복음 전도의 사명을 가지고 남은 생애를 복음을 위해 살고자 교회 개척을 위해 준비하며 기도하고 있다.

9년째 내전, 통금과 잦은 스트라이크, 거의 매일 내전과 테러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하고, 매일 5시간씩 전기가 단전되는 나라, 복음을 전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등 이 메마르고 삭막한 우상의 나라에서 사단은 여러 가지로 복음의 역사를 가로 막고 방해하지만 복음의 생명력은 결코 막을 수 없다.

현재 학교에는 27명의 교직원, 쿠시쿠시에는 21명의 직원이 있다. 총 48명에게 매월 월급을 주고 또 90여명의 교회 식구들의 필요를 돌보고 있지만 주님은 빈손을 빈손 되게 하지 않으셨다. 빈손을 부끄럽게 아니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하며 주님이 허락하실 때까지 최선을 다해 일하면서 선교하는 작은 간증을 남기고 싶다.

최근민(네팔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