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서 도우라.'
춘천교회 예배당에 다시 이 말씀이 울려 퍼질 때, 주님이 우리를 네팔로 인도하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05년 2월 춘천교회 청년회 MT 때 기도했던 단기 선교가 이제 우리들의 눈앞에 펼쳐졌다. 단기선교 인원을 모으고, 우리가 가야 할 곳을 보여주실 것을 기도하던 중 ‘선교 후원의 밤'을 통해 ‘와서 도우라'는 말씀을 받았다. 우리는 으레 선교사들이 많이 나간 동남아 여러 국가를 마음속에 그리며 기도했다. 2005년 상반기에 여러 선교사님이 우리 교회를 방문하셨고 그 중에 한 곳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놀랍게도 우리가 받았던 사도행전 말씀은 네팔의 최근민 형제님의 입술을 통해 나왔다.

 2005년 춘천교회는 단기선교 준비를 시작하였다. 한 선교지에 단기선교를 통해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를 기도하였다. 주님은 우리의 기대와 생각과 다르게 우리를 네팔로 인도하셨고, 우리는 그곳에서 귀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선교지의 요청>

 2005년 여름 최근민형제님은 춘천교회에 오셔서 네팔선교보고회를 가졌고 네팔의 필요를 알리셨다.

· 뉴호라이전 아카데미의 비전캠프를 진행해 줄 것

· 카트만두, 러릿풀 교회 겨울성경학교와 주교사 강습회를 운영해 줄 것

· 선교지의 필요물품들을 운송해줄 것

<준비>
선교지가 정해지고 선교지의 요청이 있은 후 우리들은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영어를 배우고 실제적인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영어찬양, 풍선아트, 액자 만들기, 영어복음 메시지, 그리고 인형극 등을 배우고 준비했다. 사실 단기선교 인원 모두 주일학교 교사로서의 경험이 없어서 모두 생소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주님이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하셔서 아무 차질 없이 이 모든 것을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필요로 하신 물품들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다(뉴호라이전 학교와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줄 선물, 뻥튀기기계 등).

1월 10일(화요일)
우리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홍콩을 거쳐 네팔로 들어갔다. 선교지에서 요청하신 물품들이 적재 중량을 넘는 분량이었다. 넘는 무게에 대해서 요금(charge)을 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창구 직원은 너그럽고 친절하게도 우리의 짐을 무사히 통과시켜주는 것은 물론 다른 가방 몇 개를 더 가져오라면서 추가해서 부쳐주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네팔 공항에 내려 X-레이 검색대에서 뻥튀기 기계가 발각(?)되었다. 기계 몸체의 모습이 마치 대포(?)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게 뭐죠?' 뻥튀기 기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우리 모두 당황해 하고 있을 때, 한 형제님이 대답했다. ‘푸드머신(food machine)!' 관계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푸드머신……!?'그러나 그는 ‘통과(Ok pass)'라고 했다.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트집을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주님은 우리와 물건 모두를 필요로 하셨기에 모두 네팔에 들어가게 하셨다. 선교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운반하는 일에 대한 우리의 기도를 주님께서 이렇게 들어주시는 것을 확인하는 또 한 번의 순간이었다.

1월 11일(수요일)
선교지 첫째 날. 주일학교 교사 강습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영어찬양, 융판 만들기, 인형 만들기 그리고 주일학교 운영 방법을 알려주었다. 카트만두모임과 러릿풀모임의 주교사들이 모여 다들 열심이었다. 사실 우리들의 재능과 은사들을 보았을 때 가르치기에 부족한 자인데, 열심히 들어주는 모습에 오히려 우리가 힘이 나는 시간이었다.

1월 12일(목요일)
주일학교 교사 강습회 둘째 날은 첫날 만든 융판과 인형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한 번 시범을 보여주고 바로 실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사용하는 융판과 인형극인데도 너무 잘 따라주고 열심히 배우는 교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에게 이런 배움의 기회가 없어서인지 아주 고마워했다. 우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열심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었다.

1월 13일(금요일)
오늘부터 카트만두, 러릿풀 교회 겨울성경학교가 시작되었다. 현지 사정으로 스케줄이 조정되고 우리들이 계획한 바가 여러 가지로 지장을 받아 당황할 때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영어찬양을 함께 부르고 레크리에이션을 하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복음을 전하고 인형극(‘부자와 나사로')을 보여주었다. 스펀지와 같이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1월 14일(토요일)
예배 전에 주일학교를 진행했다. 이곳은 토요일이 공휴일인 관계로 예배를 토요일에 드리고 있었다. 오늘은 카트만두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저녁은 코이카 단원(KOICA, 국제협력봉사단)으로 와 계신 김영식 형제님의 초대로 꾸시꾸시 패밀리 타운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차량을 통제하고 검문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모두 걸어오고 있었다. 차량 통행이 중지되었다. 우리는 외국인인 관계로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숙소로 돌아오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우리 가까운 곳에서 총격전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12명의 경찰이 죽었다고 했다. 처음 보는 이런 광경을 통해 이 나라가 내전 중인 나라라는 것을 피부에 와닿도록 느낄 수 있었다. 번다(차량통제)가 실시될 거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들이 걱정할까봐 나중에 상황들을 알려 주신 형제자매님을 보면서 존경심이 우러나왔다.

 ‘이곳에 계시면서 얼마나 다양한 경험들을 하셨을까? 주님을 의지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형제·자매님의 얼굴을 통해 지금 우리는 배우고 있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고 하셨다.

“주님께 기도해야지. 기도하면 주님이 들어주셔.”

 웃으시는 최근민 형제님의 모습을 보고 우리는 잠자리에 들었다.

1월 15일(일요일)
오늘부터 3일간은 ‘포카라'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다. 어제의 총격전으로 오늘「번다」가 실시되면 여행이 취소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집에만 있어야 된다고 했다. 하지만 주님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길을 열어주셨다. 주님이 이 모든 상황을 다스리고 계시다는 것을 우리는 기도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고속도로를 본 순간 이 나라의 경제 수준을 알 수 있었다. 왕복 2차선이 고속도로라니! 우리의 상식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내전으로 인해 곳곳에서 검문을 계속하고 있었다. 7시간 만에 네팔 관광지 포카라에 도착했다. 최근민 형제님과 이상숙 자매님의 가이드를 받으며 잠깐 박물관에 가서 네팔에 대해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1월 16일(월요일)
하루 코스의 트랙킹(tracking, 산행)을 하면서 네팔의 자연을 조금 맛볼 수 있었다. 하나님이 빚어놓으신 히말라야 산맥을 겨울 장마 때문에 온전히 보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쉬웠다. 희미하게 보이는 히말의 정상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1월 17일(화요일)
히말의 일출을 보고 내일 일정을 위해 서둘러 카트만두로 돌아왔다. 6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지나는 것은 보통 곤욕이 아니었다. 하지만 형제자매님의 섬김이 있었기에 너무 편안한 시간이었다.

1월 18일(수요일)
오늘부터 뉴호라이전 학교 비전캠프가 시작되었다. 120여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영어찬양을 함께 부르고 복음을 전했다. 조용히 복음말씀을 경청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아이들과 친해지고 민속댄스를 배우면서 함께 어울릴 수 있었다. 마지막 풍선아트 시간에는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영어가 부족하고 재능이 없다고 핑계 대는 것은 여기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우리를 주님이 사용하시고 계시다니….

1월 19일(목요일)
비전 캠프 둘째 날. 어제보다 아이들이 일찍 모였다. 그런데 빔 프로젝트가 문제를 일으켰다. 말씀과 복습퀴즈, 비디오 상영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겨우 겨우 할 수 있었지만 많이 당황했던 시간이었다. 이런 일들을 통해 주님을 의지해야 함을 배우게 되었다. 오후에는 운동장에서 미니올림픽을 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먼지가 심하게 날렸다. 그래도 아이들은 너무 좋아했다.

1월 20일(금요일)
비전 캠프 마지막 날. 어제 문제가 있었던 빔 프로젝트를 전날 수리하고 아침에 미리 확인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주제로 전해졌다. 주님의 오심과 고난 당하심, 죽으심과 부활하심이 전해졌다. 그동안 마음을 여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 시간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해지길 기도했다. 인형극(‘부자와 나사로')을 공연하면서 지옥이 어떤 곳인지 깨닫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에 사진 액자 만들기를 하면서 캠프의 추억을 담아주었다. 집에 돌아갈 때 선물을 주면서 아이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내년에 다시 오겠다고….

 아이들 한 영혼 한 영혼의 상태에 대해 점검하고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 이 아이들에게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열매를 맺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힌두는 신앙이 아니라 삶이라고 한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힌두에 젖어서 산다. 일어날 때부터 잠들 때까지 힌두는 그들 주위를 감싸고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서 힌두의 그늘을 걷어내고 그리스도의 사랑의 빛을 비추는 이 학교 사역이 참으로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는 네 식물을 물 위에 던지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전 11:1)

1월 21일(토요일)
오늘은 이현웅 형제님이 사역하시는 러릿풀 교회를 방문하였다. 주일학교를 진행하고 예배를 드렸다. 모임이 끝난 후에는 구원 간증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모임을 방문할 때마다 구원 간증을 듣게 되다니… 주님이 네팔 가운데 역사하시는 것을 우리가 지금 듣고 있다.

1월 22일(일요일)
마지막으로 뉴호라이전 학교를 방문하였다. 3일 동안 아이들과 함께 해서 그런지 이제 상당히 친해진 것 같았다. 교실과 교무실을 구경하고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눴다. 선생님들 사이에서 먼저 구원의 역사가 일어나 선생님들 가운데 이미 여러 형제자매님들이 있었다. 이분들에 의해 또한 아이들이 복음을 들을 수 있으리라. 주님의 역사하심을 기대해본다.

 마지막 일정으로 카트만두 시내를 관광하였다. 왕궁과 정부청사를 돌아보았다. 신전들을 돌아보면서 수십만 개의 우상을 보았다. 살아있는 신에서부터 발가락 신까지. 이 나라는 모든 것이 신이었다. 이들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린 힌두의 그늘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1월 23일(월요일)
귀국.

<돌아보며…>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그저 우리의 부족한 대로 주님께 드렸을 뿐인데, 그것을 사용하신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지난 2주 동안 최근민 형제님 가정과 이현웅 형제님 가정, 그리고 김영식 형제님의 환대 속에 단기선교를 할 수 있었다. 혹시 우리가 배탈이라도 날까봐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음식으로 접대를 해 주신 자매님들의 손길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네팔 음식 실컷 먹고 오겠다던 계획은 무너졌지만 너무 감사한 시간이었다.

 이번 시간들을 통해서 최근민 형제님의 말씀처럼 이제 선교지가 선교훈련만을 하는 곳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작은 것이라도 드려라. 주님은 모든 것을 사용하신다.' 주님은 우리 손에 있는 것을 원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주님은 우리의 작은 것을 사용하길 원하신다. 하지만 내가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드리지 못한 지난 시간들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이제 주님이 원하시는 곳에 나의 삶을 드려 보리라.

 “너희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의 언약궤 메는 것을 보거든 너희 곳을 떠나 그 뒤를 좇으라…그리하면 너희 행할 길을 알리니 너희가 이전에 이 길을 지나보지 못하였음이니라”(수 3:1-4)

네팔에 오병이어를 드리는 손길이 계속되길 기도한다.

서영동, 임규택, 송병설, 곽경선, 박수정(춘천교회)

양성모, 임은혜(원당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