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 나의 힘, 나의 보장, 환난날의 피난처시여 열방이 땅 끝에서 주께 이르러 말하기를 우리 열조의 계승한 바는 허무하고 망탄하고 무익한 것뿐이라 인생이 어찌 신 아닌 것을 자기의 신으로 삼겠나이까 하리이다”(렘 16:19-20) ※ 이 글은 탈북 형제의 구원간증문입니다. 누가 뭐라해도 내가 북한을 떠난 것 자체가 신기하다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북한에 대한 환멸이나 정치적 이유, 그리고 견딜수 없는 고통과 여건때문에 북한을 떠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있겠지만 북한을 떠나 곧바로 복음을 듣게 되고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게 되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놀랍고 신비하게 느껴진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북한사회에서 비교적 계급적 토대가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부모님의 교육과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고스란히 마쳤고 주체이념에 기초한 세계관이 형성되었던 나였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님들의 철저한 가정교육 가운데 아무런 의심과 회의를 느낄수가 없이 유년시절이 흘러갔고, 따라서 사회체제나 이념에 대한 실망이나 좌절, 심지어는 불평한번 못해보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 주체의 혁명적 세계관이라는 것은 창조주나 절대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의 운명은 자기 자신이 좌우하는 것이고 만물의 주인도 인간이며, 모든 것을 개척하는 힘과 책임도 인간에게 있다는 논리로 자연과 세계를 보고 대하는 관점과 입장이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에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지만 주체사상이 진리로 확신되었고 신념으로 굳어져 있던 것을 굳게 지키고 싶었었다. 지금 돌이켜 보건대 그때 그것이 인류의 기원과 생명의 기원, 죽음에 대한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인간의 존재와 기원에 대한 논쟁에 참가하여 열띤 토론을 벌인 때도 있었다. 주체사상과 종교사상을 비교하며 고민했던 학창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본질적 속성을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을 가진 사회적존재로 정의한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고 열심히 공부하는 과정에 이 사상이야말로 내 삶의 목적이며 온 인류가 소유하여야 할 절대 보편적 진리라고 확신하였다. 경제난과 식량난이 겹쳤지만, 이 고난은 일시적인 것이고 하늘처럼 믿고 사는 위대한 영도자가 있고 그의 영도밑에 일심단결된 북한인민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불가피하게 개인적인 만남이 약속되어 낯선 이국땅에 넘어섰지만 나의 사상적 신념과 정신적 의지를 가지면 그 어떤 환경에서도 이겨낼 수 있다는 일념으로 꽉 차있었다. 이국땅의 경제발전 모습도 그렇게 나를 자극하지 못했고 십자가가 높이 세워져있는 예배당을 지나치면서도 그 안의 사람들에 대해 오히려 비웃었다. ‘내가 믿고 있는 공산주의 사회가 지금은 어렵지만 불필코 제국주의와의 투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공산주의는 버리면 죽음이었고 지키면 승리였다. 그때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목적했던 개인적 약속관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신상에 위험이 다가오면서 도움이 필요했으며, 어느 한 자그마한 예배당에 모이는 사람들에게로 안내되었다. 그들과 며칠 같이 지내면서 이따금씩 성경을 부분부분 읽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는 강력한 능력이 느껴졌다. 한 주일 동안 정신없이 성경을 읽으면서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예수님의 생애와 교훈은 참으로 훌륭하고 가치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믿는 사상에 비하면 너무나 비합리적이고 믿어지지 않는 허망한 것이다.” 그렇지만 점차 성도님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성경을 읽고싶은 욕망과 함께 상식적 차원에서 알고 있으면 손해볼 것이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같이 지내는 동안 이들의 세계에 들어가서 한번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기독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모든 종교의 창시자는 인간의 이성이 만들어낸 신화적 인물이고, 그것이 착취계급에게 복종시키려는 착취의 도구이거나 현대제국주의의 침략의 도구정도라는 강한 인식때문에 아주 부정적이었고 어디 한번 살펴보자 하는 식의 자세였었다. 따라서 기독교사상은 세상 사람들 중에 가장 이상적인 이념중의 하나로 생각되었고 세상이 제일 믿고 싶어하는 종교 중의 하나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가 어떤 마음을 가졌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건 그 마음 한 구석에 진리를 추구하고 그 무엇인가에 갈급해 있는 조그마한 점까지 기억하시고 생명의 빛으로 인도하는 무한한 절대자의 능력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그 때는 미처 다는 알수 없었지만…… 내가 북한을 떠났던 목적과는 다르게 내 인생이 드라마같은 극적인 장면들을 연출하면서 방향타가 조금씩 틀려지는 것을 알고 그것에 대해 진정으로 감사하기까지는 거의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무차별로 성경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강력하게 찌르는 말씀이 있었다. “하나님의 진노가 불의로 진리를 막는 사람들의 모든 경건치 않음과 불의에 대하여 하늘로 좇아 나타나나니 이는 하나님을 알 만한 것이 저희 속에 보임이라. 하나님께서 이를 저희에게 보이셨느니라.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게 되나니 그러므로 저희가 핑계치 못할찌니라”(롬 1:18-29) 정말 인간의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세상에는 인간의 힘과 능력으로 되지 않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철석같이 믿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기적들이 얼마나 많은가? 성경을 읽으면서 창조에 대한 관련서적들을 미친 듯이 읽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어쩐지 마음 한 구석에 죄책감이 들고 양심이 무거워지는 것을 감지하였다. 무엇인가 내가 문제를 잘못 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마침 외국선교사 한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말씀을 하셨다. “당신은 모든 것을 다 알아낸 다음 어떻게 하려고 합니까? 왜 성경을 읽고 있습니까? 당신의 신념도 귀중한 겁니다. 그렇지만 한번 마음을 비우고 모든 것을 믿고 읽어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이해한 다음에 믿지 말고 먼저 믿은 다음에 알면 되지 않겠는가!? 머리가 탁 쳐지는 순간이었다. 그 다음부터 성경은 나에게 있어 소중한 것이 되었고 모든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하였다. 모든 시간이 성경을 읽는데 바쳐졌다. 내가 고향을 떠나있다는 불안감도 한동안 잊혀졌고 계획했던 일도 다 포기되었다. 거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되돌아 가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함도 있었다. 수개월동안 조그만 셋집 안에서 성경을 읽으면서 내가 진리로 알고 있던 주체사상의 분명한 실체를 말씀을 통해 발견하게 되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1:1) “예수님께서 가라사대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자가 없느니라 너희가 나를 알았더면 내 아버지도 알았으리로다 이제부터는 너희가 그를 알았고 또 보았느니라”(요 14:6-7) 어디를 둘러보아도 내가 알기로는 그 어떤 성인군자도 이런 위대한 선포를 하지 못했으며 하나님이 아니시고는 이렇게 자신을 완벽하게 계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스스로 지혜있다 하나 우준하게 되어 썩어지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썩어질 사람과 금수와 버러지 형상의 우상으로 바꾸었느니라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저희를 마음의 정욕대로 더러움에 내어버려두사 저희 몸을 서로 욕되게 하셨으니 이는 저희가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 것으로 바꾸어 피조물을 조물주보다 더 경배하고 섬김이라 주는 곧 영원히 찬송할 이시로다” 롬 1:22-25) 하나님없는 진리는 어떠한 진리라도 그것의 밑바탕에는 하나님을 거역하고 있으며 결국은 파멸될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나는 점차 나의 존재목적과 이유가 뚜렷해지기 시작하였다. “무릇 내 이름으로 일컫는자 곧 내가 내 영광을 위하여 창조한 자를 오게 하라 그들을 내가 지었고 만들었느니라”(사 43:7)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의 찬송을 부르게 하려 함이니라”(사 43:21) “곧 창세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이는 그의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려는 것이라”(엡 1:4-6) 그렇게 확신했던 주체의 이념과 나의 정체성에 대해 허탈감을 느꼈다. 목숨처럼 존중했던 인간의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도 하나님의 임재와 능력 앞에 말씀의 빛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하나님을 순종하여 받는 복과 하나님을 거역하고 불순종하는 결과가 어떠한 것인가를 알려주는 말씀에 전율을 느꼈다(신명기 29, 30장). 북한의 참상이 그렇게 말씀과 일맥상통할수가 없었다. “이러므로 여호와께서 이 땅을 향하여 진노하사 이 책에 기록된 모든 저주대로 재앙을 내리시고 여호와께서 또 진노와 분한과 통한하심으로 그들을 이땅에서 뽑아내사 다른 나라에 던져 보내심이 오늘날과 같다 하리라”(신 29:27-29) 상상하지도 않았던 인간의 죄에 대한 인식과 인간중심의 모든 사회제도와 정치체제가 하나님의 말씀의 능력 앞에 드러났다. 나에게 있어서 죄는 윤리적인 범죄자와 형사법 대상자들이었고 내가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 조금은 고통스러웠지만 눌리었던 크나큰 짐에서 벗어나는 것 같았고, 주님 앞에 나의 죄가 그렇게 저주스러울 수가 없었다. “인간은 본성상 절대로 죄인이 아니다”라며 목청 돋구어 주장하던 내 모습이 환영처럼 지나갔다. 죄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영화를 보는 것처럼 명백해졌고 성경의 모든 스토리가 그림으로 나타났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 3:16)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취는 빛이 있었나니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바 되었으되 세상은 그를 알지 못하였고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지 아니 하였으나 영접하는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 1:9-12) “너희의 허물과 죄로 죽었던 너희를 살리셨도다”(엡2:1)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엡 2:8) “이와 같이 그리스도도 많은 사람의 죄를 담당하시려고 단번에 드리신바 되셨고 구원에 이르게 하기 위하여 죄와 상관없이 자기를 바라는 자들에게 두번째 나타나시리라”(히 9:28) 어두움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사망에서 영생으로 옮겨지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나를 위한 죄의 제물이 되어 단번에 드리신바 된 것처럼 살아계신 말씀을 믿는 순간 완전히 완벽하게 해결된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내가 나의 주인이 아니었다. 창조주되시며 주권자되시며 절대자되신 하나님이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며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신 주님이 영원한 생명으로 나를 옮기셨으며, 주님의 영광가운데 거룩한 신분으로 일컬음을 얻게 하셨다. 죄에서 구원받았다. 이제는 더이상 불순종의 종이 아니며 거짓진리의 노예가 아니다. 하나님 나라의 영적제사장으로서,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으로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완전히 회복되었으며, 나와 하나님사이를 가로막았던 장벽이 허물어졌다. 항상 몸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고통과 낯선 타향에서 억울하고 비참한 모멸감, 고된 작업속에서 소망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어려울때마다 주님이 말씀으로 다가오셨다. 주님의 사랑을 피부로 체험하기 시작하였다. 다시 돌아가지 못할 사정때문에 고향땅에 발을 붙여보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한국행을 결심하고 오는 과정은 생명에 대한 보장도 전혀 없었고 성공에 대한 담보가 전혀 없었다. 빛 한 점 없는 독방 안에서, 감옥에서 추방되어 다시 체포되었을 때에도, 수백킬로미터되는 산길을 며칠씩 홀로 걸어갈 때에도, 강력범들이 득실대는 감옥 안에서 주님은 항상 함께 하시겠다는 약속을 신실하게 지키셨다. 독방 안에서 주님을 찬양할 때에도, 깊은 산속과 감옥 안에서 절망과 좌절의 상황 가운데 위로하시고, 힘을 주시는 살아계신 주님의 숨결을 느낄수 있었다. 상식상 믿을 수 없는 신비한 일들이 생겨났고 수개월간 감금되었던 감옥에서 구출되게 되었다. 그 과정은 주님의 진실한 성도님들의 사랑과 기도를 몸소 체험하고 오직 주님의 이름으로 나누고 교제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을 경험하는 기간이기도 하였다. 나는 주님의 사랑 안에서 진실한 만남을 소망했던 저의 기도를 응답하셨으며 참된 교회의 진리를 발견하게 하시고 순종하는 믿음의 삶을 배우게 하시는 주님께 감사와 경배를 드린다. 지금도 나는 연약하고 부족한 가운데 주님을 알아가며 주님과의 교제와 성도들과의 교제를 통하여 주님의 크신 사랑을 배워나가고 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 더 이상 우리 이웃이 아닌 한 골육으로서 북한을 생각하게 되며, 아직 예수님을 모르고 복음을 듣지 못하는 수많은 영혼들에게 주님의 긍휼을 구하고 싶다. 나의 형제 골육의 친척을 위하는 사도 바울의 마음이 곧 주님의 마음이고 나의 동족을 향해 복음을 증거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나에게 있어서 감사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지금 이 시각도 성경을 통하여 “돌아오라!”, ”돌아오라!”, “돌아오라!”, ”돌아오라!” 간곡하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과 구원의 감격을 기다리는 수많은 우리 동족들이 한 반도의 윗쪽에서 살고 있다. 짧은 지면상 많은 것을 표현 못했지만 아직 죄를 죄로 알지 못하고 헛된 것을 진리로 믿고 살아가며, 거짓생명 가운데서 헛된 영생을 추구하는 수많은 영혼의 구원을 위해 우리 모두 합심하여 간구하기를 원하는 바이다. “헬라인이나 야만이나 지혜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에게 다 내가 빚진 자라”(롬 1:14)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첫째는 유대인에게요 또한 헬라인 에게로다”(롬 1:16) 주님의 인도하심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저의 필기능력에 한계를 느끼면서 조금이라도 주님의 이름이 높임을 받으셨다면 저에게 많은 위로와 격려가 되겠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 올림(남서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