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율법책에 기록된 대로 온갖 일을 항상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저주 아래 있는 자라 하였음이라”(갈 3:10).

이 말씀은 일반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누구에게든지 적용되는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선하다고 하는 사람일지라도 이 율법의 요구에는 이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부패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 죄인인 인간이, 하나님의 완전하고 거룩한 율법을 순종함으로써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거듭거듭 성경은 율법의 행위로 의롭다 함을 얻을 육체가 없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만일 능히 살게 하는 율법을 주셨더면 의가 반드시 율법으로 말미암았으리라 그러나 성경이 모든 것을 죄 아래 가두었으니”(갈 3:21-22)

이 말씀을 한번 깊이 생각해 봅시다. 만일 죄인인 인간이 하나님의 율법을 완전히 순종하는 생활을 해서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면,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는 전혀 필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죽음도 헛된 것이 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바울은 말했습니다.

“내가 하나님의 은혜를 폐하지 아니하노니 만일 의롭게 되는 것이 율법으로 말미암으면 그리스도께서 헛되이 죽으셨느니라”(갈 2:21)

사람이 율법을 지켜 의롭게 되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면, 하나님께서 그의 아들을 세상에 보내셔서 십자가에서 죽게 하신 것은 큰 잘못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사람이 자신의 공적이나 행위 그리고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는 것으로써 구원받을 수 있다면, 하나님의 아들이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희생당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만일 의롭게 되는 것이 율법으로 말미암으면 그리스도께서 헛되이 죽으셨느니라”(갈 2:21)

그렇다면 십자가 위에서의 그리스도의 죽음은, 전적으로 필요 없는 것이고 아무 쓸데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의문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 아무도 그 율법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계셨다면 왜 하나님께서는 그 율법을 인간에게 주셨는가? 율법이 죄인을 구원하지 못한다면 그 율법을 모독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죄인을 구원하는 데 있어서 율법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하나님의 거룩한 율법 그 자체에 어떤 잘못된 점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의문들입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율법에는 그릇된 점도 없습니다. 문제는 죄인 자신에게 있는 것입니다. 율법의 표준은 완전과 거룩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바울은 로마서 7장에서 “이로 보건대 율법도 거룩하며 계명도 거룩하며 의로우며 선하도다”(롬 7:12)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율법은 거룩합니다. 그러므로 거룩하지 못한 죄인들은 이를 지킬 수 없습니다. 또한 율법은 의롭기 때문에 이를 지키지 못하는 의롭지 못한 죄인들을 정죄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율법은 선합니다. 그러므로 율법은 악한 자를 정죄하며 죄의 근성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을 죽이는 것입니다. 율법은 죄를 죄로 드러나게 하기 위해서 주어진 것이지 결코 사람의 죄를 없애는 수단으로 주신 것이 아닙니다. 율법은 우리로 죄를 알게 하는 것이지 죄를 없애 버리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D.L. 무디는 하나님의 율법을 자기의 모습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에다가 비유했습니다. 만일 거울이 없다면 사람들은 자기의 모습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아무도 자기 눈으로 자기 얼굴을 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눈은 얼굴에 움푹 들어가 있기 때문에 앞과 일부의 측면은 볼 수 있어도 뒤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얼굴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거울이나 사진을 통해서 당신의 얼굴 생김새는 알 수 있어도, 그것이 곧 당신의 얼굴은 아닙니다. 그런데 깨끗하고 좋은 거울은 당신 모습을 그대로 반영해 줍니다. 거울이 없다면 사람들은 아마 자기의 얼굴의 더러운 부분을 발견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거울을 들여다보고는 자기 얼굴에 더러운 것이 묻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거룩한 율법을 주시기 전에는, 사람들은 하나님 앞에서의 진정한 자기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양심이 있기 때문에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기 자신이 얼마나 죄가 많으며 더러운 존재인가를 옳게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죄를 죄로서 인식하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을 당시에도 그들은 “주께서 명하신 대로 우리가 다 행하리이다”라고 장담했던 것입니다. 얼마나 어리석고 미련한 자들입니까? 그들은 그들 자신이 얼마나 타락되어 있는가를 전혀 알지 못했으며, 이제 곧 받게 될 그 율법을 지키기에는 그들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가를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들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 주기 위하여 하나님의 완전한 표준이 되는 거룩한 율법을 주셨습니다.

그 율법은 그들이 하나님 앞에 서기에 얼마나 부족한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율법은 그들이 얼마나 선했느냐, 얼마나 선해야 되느냐 또는 율법을 지켜 얼마나 선하게 될 수 있겠느냐를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죄의 죄 됨을 강조해 줄 뿐입니다. 사도 바울은 율법이 그에게 생명을 준 것이 아니라, 죽음의 사자 역할을 해주었을 뿐임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바울은 예수를 믿기 전에는 매우 철저한 율법주의자였습니다. 율법을 지키느냐, 안지키느냐 하는 관점에서 볼 때에 그는 흠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를 범법자라고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를 만난 후, 그는 율법으로 흠이 없다고 주장했던 그의 의가 더러운 누더기와 같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로마서 7:10에 이렇게 간증했습니다.

“생명에 이르게 할 그 계명이 내게 대하여 도리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 되었도다”(롬 7:10)

바울은 자기가 구원받으려고 그렇게 애써 지켜온 그 율법이 자신의 사형 집행자가 되었고, 그에게 죽음을 선고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에게 생명을 주는 대신에 그를 “죽였다”는 것입니다.

“죄가 기회를 타서 계명으로 말미암아 나를 속이고 그것으로 나를 죽였는지라”(롬 7:11).

따라서 바울은, 하나님의 율법은 감히 사람이 지킬 수 없는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로 보건대 율법도 거룩하며 계명도 거룩하며 의로우며 선하도다”(롬 7:12)

율법의 목적은 죄의 무서운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자 하는 데 있었습니다. 죄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죄의 참 본성을 드러내 놓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바울은 로마서 7장에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그런즉 선한 것이 내게 사망이 되었느뇨 그럴 수 없느니라 오직 죄가 죄로 드러나기 위하여 선한 그것으로 말미암아 나를 죽게 만들었으니 이는 계명으로 말미암아 죄로 심히 죄 되게 하려 함이니라”(롬 7:13).

마지막 구절을 주의해 보십시오. “이는 계명으로 말미암아 죄로 심히 죄 되게 하려 함이니라.”

율법이 있기 전에 인간은 하나님의 완전한 뜻을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을지 모르나, 일단 율법이 온 다음에는 자기 의는 더 이상 존재할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이 사실을 사도 바울은 로마서 5:20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율법이 가입한 것은 범죄를 더하게 하려 함이라.”

그러므로 율법은 죄인의 적나라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거울이 없으면 사람은 자기의 참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거울이 할 수 있는 일은 보여 주는 것 이상 아무것도 없습니다. 거울은 얼굴의 더러운 것을 보여 주고 씻어야 할 필요성을 알려 주기는 하지만, 그 더러움을 씻어 주지는 못합니다. 거울을 가지고 얼굴을 문질러 보십시오. 오히려 더러운 것이 얼굴 전체에 묻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거울로서가 아닌 물과 비누로 씻어야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율법의 사명은, 인간의 참모습을 보여 주며 씻어야 할 필요성을 알려 줄 뿐이지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향해 돌아서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하여 말씀의 물로 씻음을 받고 성령의 능력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미 여러 번 말씀드렸고 또 앞으로도 거듭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율법은 구원의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구원의 필요성을 알려 줄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율법을 주실 때까지도 그들은 죄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행위와 선행으로 하나님의 은총을 얻기에 합당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한 묶음의 조건들, 즉 일련의 규약들을 제시하기면서 그들의 행위로써 은혜를 받기에 합당한지 지켜보라고 명하셨던 것입니다.

1,600년 동안 이스라엘은 이처럼 율법 아래 살아왔지만 그 동안 단 한 사람도 이 율법을 지켜서 구원얻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구원얻은 모든 사람은 예외 없이 하나님의 순수한 은혜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구속 사역을 믿음으로써 구원받은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시내산에서 율법을 주신 때 계명들만 주신 것이 아니라 장막의 모형과 피 뿌려 제사하는 규례도 아울러 주셨습니다. 이 제사와 장막은 곧 오실 구속자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만일 하나님께서 피의 제사와 장막의 모형을 함께 주시지 않고 거룩한 율법만 내려 주셨더라면, 이스라엘 백성은 한 사람도 남김없이 멸망당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자신의 행위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모든 소망을 완전히 포기하고 그리스도께로 돌아오는 사람에게, 그리스도는 율법의 마침이 되어 주십니다. 완전한 순종을 요구하는 율법은 구원의 조건이 될 수 없으며, 다만 자신의 부족을 자백하고 그 은혜를 받아들이는 것만이 의롭다 함을 얻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기 위하여 율법의 마침이 되시니라”(롬 10:4). 보십시오, 믿는 자들에게 “그리스도는 의를 이루기 위하여 율법의 마침이 되신다”고 했습니다. 율법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는 자에게는 마치 율법을 완전히 지켜 의를 얻은 것처럼 여겨 주어서 율법은 끝이 났다는 말입니다. 그 은혜로 말미암아 구원받은 사람은, 더 이상 율법 아래 있지 아니하고 은혜 아래 있는 것입니다. 믿는 자는 율법의 위협이나 그 처벌을 받지 아니합니다. 우리는 “율법에 대하여 죽었고”(갈 2:19) 율법으로부터 자유하게 되었으며 율법에서 구원 얻은 것입니다.

율법에서 벗어났으니 아 기쁘다
예수 죽으심은 속죄하기 위함이라
율법으로 정죄받아 멸망받은 우리를
주께서 구원하심 단번에 이루었다.

단번에 이루었다 죄인들아 영접하라
단번에 이루었다 의심 말고 믿으라
십자가를 바라보라 너의 짐 벗겨진다
주께서 구원하심 단번에 이루었다.

                -블리스(P. P. Bliss)-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로써 율법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다 이루었다”라고 외치셨을 때, 그리스도께서는 거룩한 율법의 요구에 직면해서 그 값을 치르시고 믿는 우리에게 “율법의 의를 나누어 주셨으며 우리 안에서 성취시켜” 주셨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이렇게 질문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율법은 오늘날에도 죄의 본성을 보여 주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묻겠습니다. 정말로 죄가 무엇이며 죄가 저질러 놓은 일을 보기 위해서 과연 율법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습니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율법은 여전히 죄인을 정죄하기 위하여 버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죄의 참모습을 너무도 분명하게 보았습니다.

그것은 시내산에서가 아니라 갈보리산에서입니다. 율법이 우뢰와 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우리에게 주어진 이래 1,600년이 지나는 동안, 이를 완전히 지킨 “단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를 갈보리의 십자가에 못박고, 율법을 어긴 죄인 취급을 해서 죽였던 것입니다. 분명히 보십시오. 수세기 동안 율법 아래 살아 왔던 그들도 하나님의 아들을 십자가에 못박음으로써 죄 중의 죄를 범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죄가 무엇인지를 알기 원한다면 이제 나와 함께 시내산으로가 아니라 갈보리 동산으로 가 봅시다. 그곳에서 완전하시고 죄없으신 하나님의 아들이 “우리의 죄” 때문에 수치와 고통을 당하시고 피 흘려 죽으시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죄의 참 본성을 발견하게 되며, 우리의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서 죽으신 그분을 통해서 죄가 마땅히 당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당신이 죄가 무엇인지 알기 원하신다면 갈보리의 그 장소로 가십시오. 바로 당신의 죄가 당신의 구주를 십자가에다가 어떻게 했는가를 보기 전에는, 당신은 결코 진정한 회개를 하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매주일 십계명을 외우는 교회에서 태어나 그 교회에서 자랐습니다. 그 계명은 나에게 정죄와 심판을 말해 주었을 뿐 내 마음을 변화시켜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갈보리 동산에서 하나님의 은혜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십자가상의 주님을 바라보는 순간 31년 동안 율법의 위협과 대결해 왔던 돌같이 굳어진 나의 마음이 스르르 녹아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우뢰치는 시내산의 그늘에서 오랫동안 살아 오면서도 율법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것을 갈보리산에서 순식간에 해결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당신은 당신 자신의 노력을 그치십시오. 당신은 하나님의 모든 율법을 범한 죄인임을 자백하시고, 당신 대신 갈보리에서 피 흘려 죽으신 그리스도의 은혜와 자비로 돌아서십시오. 그리고 놀라운 평화를 찾으십시오.

나무에 달려
고통 속에서 피 흘리신
그분을 내가 봅니다
내가 십자가에 가까이 섰을 때
주님은 그 사랑스런 눈길을
내게로 향하셨습니다.

M.R. 디한
율법이냐 은혜냐/생명의말씀사 역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