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을 상고하면서 성령께서 살아 역사하는 초대교회 모습과 사도바울의 로마를 향한 선교열정에 감동되어 단기 선교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때마침 안산동부교회 김철회 형제님으로부터 중국선교 여행 계획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교회적으로도 단기 선교 여행을 지원할 수 있는 재정을 이미 세워놓았던 터라 선교여행의 참석에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중국을 가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반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기도하는 중에 내가 무엇을 보려 할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나로 중국을 보게 하실 것이라는 확신이 들고서야 중국을 향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졌다.
7. 15(목)
떠나기에 앞서 한국의 날씨는 계속 비가 내렸다. 안양에서 오신 박종은 선생님의 차량으로 인천공항에 당도하니 이미 도착한 일행들이 반가이 맞이해 주었다. 수화물을 부치고 출국절차를 마친 후 아시아나 비행기에 탑승해서 2시간 후 중국 할빈공항에 도착했다. 할빈공항에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계셨던 서 이사장님께서 반가이 맞이해 주셨다. 또한 중국에 유학중인 자녀들이 이방 땅에서 부모를 만난 기쁨은 남달라 보였다. 할빈공항에서 임대된 버스로 약 한 시간 반가량 걸려 목적지에 도착하니 한국 손님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글귀가 보였다. 함께 모여 인사 및 소개를 마친 후 각자의 배정된 방에 짐을 풀었다.
7. 16(금)
오늘 이사회가 열렸다. 학교가 소재한 시의 부시장 및 교육국장 그리고 기획국장등이 참석하셨고, 한국 측 이사로는 유선종, 이윤식, 그리고 김철회 이사가 참석하셨다. 10년간의 업적과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 5년간 학교를 연장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처음 이 학교가 설립되게 된 경위는 흑룡강성에 살던 조선족 한 사람이 한국으로 취업차 왔다가 귀국하면서 서 이사장님 등을 초청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처음 만났던 분들을 재차 방문하면서 어린아이들이 마땅한 놀이 공간 없이 돼지떼들과 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이곳에 유치원을 세워 질좋은 인성 및 교육의 전초기지로 삼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한국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기도하던 중 한 젊은 부부가 지병으로 인한 남편의 죽음 앞에서 재산의 일부를 기탁하여 이 학교가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옛 성인의 말씀대로 유치원으로 시작된 학교가 갈릴리 컴퓨터 배양학교로 바뀌었고 지금까지 졸업생 1,260명을 배출시켰다. 또한 3년 전부터 흑룡강대학과 자매 결연을 맺어 흑룡강대학 국제문화교육 아성분원이 창립됨에 따라 이 학교에서 중국어를 연수한 후 흑룡강대학에 편입해서 공부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41명의 한국학생들이 연수중이거나 흑룡강대학에 재학 중에 있다. 이런 젊은 학생들이 있기에 앞으로 중국의 질좋은 교육에 대한 장래가 있고 희망이 있어 보였다.
7. 17(토)
이곳 흑룡강성은 우리나라보다 북쪽에 위치한 곳이지만 여름의 무더위는 한국과 별반 다름없었다. 오늘은 이 학교와 자매 결연을 맺은 흑룡강대학을 방문했다. 학생수는 대략 삼만명 정도이고 학교의 크기는 한국의 보통대학 캠퍼스를 연상하게 된다. 오후엔 흑룡강성의 송화강내에 있는 태양도라는 유원지에 들렸다. 안양의 이규성 선생님과 2인용 자전거를 빌려 타고 주변을 돌아보며 여정의 피곤함을 풀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일행은 점심때가 되어 시내로 나와 고려원이라는 한국식당에 들어가 시원한 냉면을 들이켰다.
돌아오는 길에 많은 사람들로 활기 띤 재래시장을 방문했다. 시장주변의 인력거, 말 구루마 그리고 삼륜차들로 혼잡했고, 또한 거리에서 이발하는 모습 등은 한국의 몇 년 뒤로 거슬러 온 듯한 인상을 받았다. 중국의 개방이후 급속한 경제발전과 이로 인한 빈부격차를 볼 수 있었지만, 외관상 한국의 모습과 비슷해 이방 땅의 호기심이나 긴장감은 느낄 수 없었다.
7.18(일)
오늘은 일요일이다. 교실이 교제장소로 바뀌었고 우리일행과 더불어 유학생, 주변 조선족 그리고 학교관계자등 약 50여명과 교제를 나누었다. 일요일의 중요 행사를 마친 후 안양에서 오신 박춘규 선생님께서 살아온 생애를 말씀할 때 특유의 제스쳐와 풍부한 감정 섞인 언변으로 현지인 친구들에게 기쁨과 눈물을 흘리게 만들어 듣는 이들로 하여금 큰 감동을 주었다. 일요일의 중요 행사를 마친 후 자유시간을 통해 대전에서 오신 황성모 선생님의 청년을 위한 시간과 개인교제가 있었다.
저녁식사 후 다음 일정을 위해 할빈 시내의 기차역으로 향했고 열차가 도착하여 각자의 호실로 들어가 침대칸에 짐을 풀고 11시간의 긴 여정을 맞이했다. 기차 안에서의 교제를 나누는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7. 19(월)
흔들리는 열차 침대에 눈을 붙인 듯 만듯한 상태에서 일행들이 목적지에 다가왔다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연길 역에 도착하니 일행을 맞을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고, 준비된 식당으로 가 빵으로 식사를 한 후 두만강을 거쳐 방천(防川)으로 향했다.
방천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삼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리나라 최북단이다. 전망대에 오르니 멀리 동해가 보이고 북한과 러시아의 유일한 육로인 두만강 철교도 보였다. 일행 가운데 어느 분이 부른 ‘두만강'노래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심금을 울렸고 분단의 장벽이 어느 때 보다도 가깝게 느껴졌다. 내마음 속엔 어느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요동치고 있었다.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 그리고 두만강 물줄기와 북녘땅을 바라보며 오는 순간 어느덧 버스는 훈춘 시가지에 당도했다. 훈춘에 질좋은 교육을 위해 세워진 외국어학교를 둘러보고 연길시내로 돌아와 예약된 숙소에서 잠을 청했다.
7. 20(화)
아침 일찍 눈을 떠서 근처의 공원에 산보를 하고 백두산을 향한 대장정에 돌입했다. 약 6시간 버스로 이동해야 했다. 어제 처음으로 박춘규 선생님께서 버스 안내양에게 좋은 말씀의 씨를 뿌렸을 때 안내양은 늙어서 하겠다고 고백한데 이어 오늘은 용인의 신갈에서 오신 이영수 선생님께서 천지를 지으신 창조주를 주제로 질좋은 말씀을 전하자 어느 정도 마음 문이 열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버스는 백두산을 향하여 다가갔고 장백산문을 통과하여 천지로 가는 문 앞에 멈췄다. 백두산 정상에 올라서니 천지의 모습은 비구름으로 신비함을 숨겨놓은 채 우리 일행을 애끓게만 했다. 하지만 천지에서 나에게 영적각성과 장래 할 일의 비전을 갖게 하셨던 캐나다에 계신 김재화 선생님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위에 계신 분의 은혜였다.
백두산 천지에서 내려와 장백폭포를 향했고 그 장엄한 폭포와 계곡의 경이로운 모습에 일행들은 다시 한번 오묘하신 하나님의 천지창조에 감탄을 자아냈다. 백두산 온천수에 몸을 담가 피로를 풀고, 정해진 숙소로 돌아와 이원용 친구가 찍은 디지털 카메라 사진을 노트북에 저장한 후, 다시 볼 때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했다.
7. 21(수)
백두산 자락의 신선한 아침공기에 잠이 깼다. 빵과 죽으로 식사를 마치고 선구자의 고향으로 향했다. 멀리 일송정을 바라보고 혜란강을 건너 윤동주 시인의 고향인 용정중학교(옛 대성학교)에 들렀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 했다 …'는 윤동주 시비 앞에서 조국의 미래를 생각하며 버스에 올라 연길 기차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정순희 여사께서 안내양에게 마지막으로 좋은 소식을 전할 때 안내양의 긍정적인 고백을 듣게 되었고 일행들은 안내양으로 인하여 기뻐하였다. 서점에 들러 안내양과 운전기사에게 가장 인기있는 책을 선물로 주었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연길에서의 일정을 마쳤다.
연길역을 통과하기 전에 짐을 검색대에 통과시켜야 하는데, 일행 중 한 분이 검색대에 통과된 짐을 깜박 잊은 채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고 열차시간이 가까 와서야 그 가방이 기억난 것이다. 이영수 선생님의 용감한 철도 무단 횡단을 통해서 가방을 찾아온 사건은 일행들의 잊지 못할 사랑의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7. 22(목)
여정의 마지막 밤을 열차에서 보내고 노곤한 몸으로 할빈역에 도착하여 갈릴리 학교로 왔고, 짐정리를 마치고 귀국을 향해 할빈 공항으로 향했다. 서 이사장의 배웅과 유학생들의 환송을 받은 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행 중 읽은 ‘허드슨 테일러'전기를 통해 150년 전 온 생애를 바쳐 중국을 사랑하는 일에 바쳤던 열정을 생각하면서 현재의 중국을 보게 된다.
‘너는 겨울 전에 어서오라!'(딤후4:22)는 어느 분의 로마 옥중에서의 외침이, 중국에서 외치는 서 이사장님의 목소리와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중국에서 내가 죽어 장례식 치르면 돈 많이 드니까 빨리 젊은 일꾼들이 와서 이일을 감당해야 돼”라고 하시며 한국의 일꾼을 애타게 기다리는 심정을 듣고 왔다.
또한 앞으로 중국이 대국이 될 것인데 지금 이곳에서 질좋은 교육을 제공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추수할 일꾼'이 없어 안타까워하는 이사장님의 중국에 대한 사랑으로 애끓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어떤 시기보다도 지금처럼 중국을 도울 적기는 없다는 사실을 주님께서 이번여행을 통해 보여주셨고 또한 깨닫게 해주셨다.
‘한국의 젊은이들이여 중국으로 오라'는 중국 현장에서 외치는 간절한 소리를 한국의 젊은이들이 긴장감 있게 듣기를 고대한다.
김 진 배(안양중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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