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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같은 죄인에게 향하셨던 주님의 은혜는 얼마나 놀랍고 놀라운지요! 다 표현할 수 없음을 다시금 기억합니다. 제 삶의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 속에서 시시때때로 이루어졌음을 고백합니다.
“예수의 행하신 일이 이외에도 많으니 만일 낱낱이 기록된다면 이 세상이라도 이 기록된 책을 두기에 부족할 줄 아노라.”(요 21:25)
사도 요한이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일을 적어 내려갈 때 이와 같은 마음이었을까요? 제 삶을 잠시 돌아보며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됩니다. 다 기록하려 해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며 이 모든 일이 오로지 주님의 은혜로 이루어졌음을 다시 한 번 기억하며 감사할 뿐입니다.
은혜 속에 만난 예수 그리스도
주님을 만나 생명을 얻은 때는 1995년 1월, 고등학교 2학년을 앞둔 겨울이었습니다. 구원에 이르기까지의 그 시간들 역시 주님의 은혜였습니다. 1994년 12월 겨울, 한 달여 동안 종합병원에서 영양주사만으로 버텨야 했습니다. 치료 도중에 엄습해 오는 고통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자라나는 아이에게는 좋지 않다며 주사를 거부하던 의사들도 계속되는 고통 호소에 결국 진통제를 주사했습니다. 독한 진통제를 맞았는데도 너무나 아파 온 몸의 기력이 다 빠지고 편히 잠도 잘 수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계산할 수 없었고, 누구도 저를 도와줄 수 없을 때, 그 무엇도 붙잡을 수 없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제 심령은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하나님, 살려주세요! 하나님, 살려주세요…’ 그때 저는 알았습니다. 그 분이 살아계심을 내 자아가 결코 핑계치 못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큰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한 몇 달간의 고통을 통해 당신께서 살아계심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제 인생에서 하나님은 ‘살아 계시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왜냐하면, 제게 하나님은 ‘못된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사랑하는 소중한 아버지, 어머니를 아프게 하신 분이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살아계신다면, 당신을 그리도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를 아프게 하실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큰 교파교회에서 집사, 권사를 하실 정도로 교회에 충성하셨습니다. 매일 새벽기도 시간에 하나님을 만나러 가셨고, 목사님의 말씀에 순종하기를 기뻐하셨으며 항상 교회 일에 봉사하기를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 되던 해에 갑작스레 아버지께서 병이 나셨습니다. 제게는 한없이 완벽하고 멋지셨던 아버지의 허약한 모습이 어린 제게는 무척이나 낯설었습니다. 발병원인도 제대로 찾지 못한 채, 아버지의 병환은 2년여 간 계속 되었고 어머니께서는 해결책을 찾고자 뛰어다니셨습니다. 무수한 날을 눈물의 기도로 밤을 지새우곤 했습니다. 낮에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하시고, 밤에는 아버지와 누나와 저를 돌봐야 했습니다. 그 영육간의 고단함 탓이었는지 아버지의 병세가 호전될 즈음, 이번에는 어머니의 몸에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그때도 어머니께서는 당신의 문제해결 방법을 하나님께 의지하며 찾았습니다. 거짓 교사들의 잘못된 인도에 따라 생명도 없이 율법에 매여 육체의 열심 속에서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당시에 진리는 발견하지 못하셨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순수하게 하나님을 찾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남다른 어머니의 신앙 열정도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어머니가 편안하게 요양이라도 할 수 있기 바라는 마음으로, 결혼 후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사시던 제천을 떠나 고향인 김제로 가족 모두 이사를 했습니다. 그와 함께 온 가족에게 ‘교회 출석 금지령’을 내리셨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어머니의 당신을 향한 마음과 기도를 잊지 않으시고 저희 가족을 ‘생명의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돌이켜 보면 ‘만약 주님께서 아버지와 어머니께 병을 허락하지 않으셨다면, 육신적으로는 부유했을지 모르나 우리 가족의 영적 상태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곤 합니다. 당시 누나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모임 형제님 두 분이 교사로 근무하고 계셨습니다. 그 형제님들께서 전해주시는 말씀을 통해 구원을 받은 누나는 저와 어머니에게 생명의 말씀을 꾸준히 전하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계속됐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투병생활과 함께 겪어온 여러 가지 상처들은 저로 하여금 하나님은 ‘살아계시지도 않고 나쁜 분’으로 여기며 멀리하게 하였습니다. 그런 제게 몇 달간의 육체적인 아픔을 허락하셔서 결국에는 그분께서 살아계심을 제 스스로 깨닫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을 뵙고 싶었습니다. 누나가 줄기차게 소개하고 함께 가자고 할 땐 어떻게든 도망가고, 마음 문을 꽉 잠갔던 제가 하나님을 뵙고 싶었습니다. 퇴원과 동시에 김제 교회 모임의 날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그곳에는 제가 고통 속에 있을 때, 당신의 아들이 아픔을 겪는 것처럼 도움을 주셨던 형제자매님들과 예수님의 사랑을 보여주셨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조건 없는 사랑을 손수 맛보며 예수님을 믿는 분들의 진정한 삶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굳게 닫혔던 마음은 어느덧 하나님을 향해,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열렸고 주님께서는 1995년 1월 참석했던 학생캠프에서 구원의 확신을 주셨습니다.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얻으리니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롬 10:9~10)
은혜의 가치를 몰랐던 암흑의 시간
예수 그리스도와의 첫사랑은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그분께로부터 생명을 얻었다는 기쁨에 가득 찼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저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의 가치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감사했지만, 그 구원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내게 향하신 그분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누가복음 7장 36절에서 50절에 나오는 바리새인 시몬의 삶이 바로 제 삶이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빚 주는 사람에게 빚진 자가 둘이 있어 하나는 오백 데나리온을 졌고 하나는 오십 데나리온을 졌는데 갚을 것이 없으므로 둘 다 탕감하여 주었으니 둘 중에 누가 저를 더 사랑하겠느냐? 시몬이 대답하여 가로되 제 생각에는 많이 탕감함을 받은 자니이다. 가라사대 네 판단이 옳다 하시고… 너는 내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아니하였으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그 머리털로 씻었으며 너는 내게 입맞추지 아니하였으되 저는 내가 들어올 때로부터 내 발에 입맞추기를 그치지 아니하였으며 너는 내 머리에 감람유도 붓지 아니하였으되 저는 향유를 내 발에 부었느니라. 이러므로 내가 네게 말하노니 저의 많은 죄가 사하여졌도다. 이는 저의 사랑함이 많음이라. 사함을 받은 일이 적은 자는 적게 사랑하느니라.”(눅 7:41~47)
대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찾아온 여러 가지 세상의 유혹과 기회들에 대해 매력을 느끼며 더 큰 가치를 두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님께서 기뻐하시지 않으시는 일들이었기에 기억하는 일조차 너무나 힘들고 부끄럽습니다. 마치 시몬과 같이 제 스스로 구원받을만한 자로 여기며 마치 적은 것을 탕감 받은 자처럼, 그분의 피 값으로 사신 자임을 잊은 채, 그분의 구속 사역의 은혜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모임 가운데 거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함보다 외식과 음란, 정욕과 세상의 가치와 저의 의를 좇던 삶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피로 사신 자녀의 그러한 삶을 기뻐하지 않으셨습니다. 군대 제대 후 지원했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합격하고,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학교에 갔을 때 하나님께서는 제 모든 죄악의 작은 것까지도 말씀을 통해 훤히 드러내 주셨습니다.
“네가 여호와의 말씀을 업신여기고 나 보기에 악을 행하였느뇨. 이제 네가 나를 업신여기고…” (삼하 12:9~10)
헝가리에 도착하고 3개월여 간 하나님께서는 저를 다루시기 시작하셨습니다. 말씀으로 제 속에 꼭꼭 숨겨 놓았던 죄악까지도 모두 드러내시고 제 영을 다루셨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때까지 지었던 모든 죄악을 떠올리며 사랑이시지만, 공의의 주님이신 주님 앞에 너무나도 두렵고 떨렸습니다. 주님의 위로 밖에는 그 무엇도 저를 평안케 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재를 양식같이 먹으며 나의 마심에는 눈물을 섞었사오니 이는 주의 분과 노를 인함이라. 주께서 나를 드셨다가 던지셨나이다. 내 날이 기울어지는 그림자 같고 내가 풀의 쇠잔함 같으니이다.” (시 102:8~10)
학교 과정을 따라가는 시간 외에는 주님 앞에 엎드려 저의 죄악들을 고하고 위로와 자비의 손길을 구했으나, 주님께서는 응답하지 않으셨습니다. 잠결에서도 그분의 손길을 구했고, 새벽녘에 잠에서 깨어 눈물로 그분께 부르짖었고, 식사하면서도 주체할 수 없는 죄송함에 눈물을 흘리며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응답하지 않으셨습니다.
“내 하나님이여 내가 낮에도 부르짖고 밤에도 잠잠치 아니하오나 응답지 아니하시나이다.”(시 22:2)
그렇게 3개월을 지내오던 12월의 어느 새벽,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예수님께서 요한복음 21장 15절부터 17절까지의 말씀을 통해 베드로에게 찾아가셨던 것처럼 제게도 찾아오셨습니다. 그 미명의 아침에 주님께서 제게 물으셨습니다.
“인선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저는 대답했습니다. “주여 그러하외다.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 주께서 아시나이다.”
다시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 어린 양을 먹이라.”
그리고 또 다시 물으셨습니다. “인선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저는 대답했습니다. “주여 그러하외다.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 주께서 아시나이다.”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 양을 치라.”
세 번째 주님께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인선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저는 대답했습니다. “주여! 모든 것을 아시오매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을 주께서 아시나이다.”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 양을 먹이라.”
베드로에게 그러셨듯이 예수님께서는 저를 찾아와 위로하시고 회복시키셨습니다. 사함 받은 죄악이 얼마나 크고 큰지. 나는 바리새인 시몬 같은 자가 아니라, 눈물로 그 발을 적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발에 입맞추고 향유를 부은 그 여인보다 못한, 추악한 강도보다 못한 죄악을 용서받은 자임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제 삶을 한마디로 요약해보라면 이렇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그리스도의 백합화’라고… 제 삶은 쓰레기 더미 같이 볼 것 없지만, 그곳에서 핀 주님의 생명의 백합화는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그분이 없는 제 삶은 쓰레기와 같음을 고백합니다.
은혜로 달라진 삶의 목적
그때부터 제 삶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인’ 되시는 삶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그런 저에게 주님은 은혜를 허락하셔서 10여 국 모임 형제?자매님들을 만나 교제하게 하시고 형제?자매님들을 통해 사랑을 입게 하셨습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 13:35)
형제자매님들의 삶 속에서 자신의 생명보다 주님을 사랑하는 일에 더 가치를 두는 모습을 보았고, 주님께서 주신 진리를 지켜나가며 각자 위치에서 주님께 충성을 다하여 섬기시는 모습을 보게 하셨습니다. 그 삶들을 지켜보며 장차 없어질 이 세상이 아니라 ‘나그네의 삶’으로 주와 함께할 ‘영원한 하늘나라 시민권자의 삶’에 소망을 두게 하셨습니다.
교환학생을 마치고 목동교회로 돌아왔을 때, 장로 형제님들께서 주일학교 아이들의 영혼과 주일학교를 부탁하실 때, 주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내 양을 먹이라, 치라, 먹이라.”
주님께서 맡기신 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들과의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아이들과 함께하고픈 마음이 첫 직장 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고, 아이들과 함께할수록 주님께서 주신 사명은 더욱 굳게 마음에 자리 잡았습니다. 제 인생에서 주님께서 주신 말씀 중 첫 번째 말씀입니다.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4)
그 무렵 하나님 앞에서 여섯 가지의 뜻을 정하였습니다. 이는 두 가지 말씀을 기초로 정한 것이었습니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단 3:18)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하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잠 16:9)
주님께서 모든 주권을 가지신 주인이시고, 제 삶의 목적은 그분을 영광스럽게 하고 기쁘시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함으로 받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남편, 아빠, 아들, 동생이 되는 것
두 번째는 디모데전서 3장에 나와 있는 자격을 갖춘 장로, 감독자가 되는 것
세 번째는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섬기는 것
네 번째는 찬양, 비전, 시간 관리 부분에 아이들을 돕는 것
다섯 번째는 외국어를 통해서 섬기는 것
여섯 번째는 경영자가 되는 것
저의 소원은 주님께 돌아갈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남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주님께서 허락하신다면, 국내든 국외든 주님 허락하신 곳에서 복음을 전하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짓고 싶다는 마음도 그때 정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현재 직장 지사장님의 “박 과장은 10억이 있다면, 무얼 하고 싶나?”라는 질문에 아무런 고민 없이 했던 대답은 “학교를 짓고 싶다.” 였을 만큼 그 마음은 단단했습니다.
은혜로 이끄신 주님의 길
제게는 위의 6가지 사항에 대한 10년간의 계획이 있었습니다. 2010년에는 6번째 소원과 관련해 미국에서 MBA 공부를 하고픈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반기부터 준비하는 것으로 계획했지만, 주님의 인도하심을 기다렸습니다. 현재의 환경은 6번째 소원을 이루기에 최적 조건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그 길을 계획한다 할지라도 그 길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알기에 잠잠히 기다렸습니다. 결혼도 몇 년간 기도하고 고대했지만, 기다리게 하셨던 것처럼 이 상황에서도 인도하시는 주님을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응답해주셨습니다. 주님의 뜻은 제 계획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2009년 1월부터 7월까지 제 마음을 사로잡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 말씀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제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제 삶의 두 번째 말씀입니다.
“나의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따라 아무 일에든지 부끄럽지 아니하고 오직 전과 같이 이제도 온전히 담대하여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히 되게 하려 하나니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니라.”(빌 1:20~21)
주님께서는 이 말씀을 통해 캄보디아에서 주님을 섬기는 유미 자매를 소개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을 통해 확신을 주시기까지 미리 두 번 언급하셨습니다. 작년 초 호주에서 공부를 마치고 온 친구 형제가 집에 들렀다가 제 소원과 바람을 듣고, 유미 자매를 처음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별로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작년 5월 제 마음의 소원이었던 학교사역과 관련해서 먼저 그 길을 걸어가고 계시는 형제님의 사역을 보고 싶은 마음에 네팔을 방문했습니다. 방문 중에 선교사 형제님의 자매님과 교제 가운데 자매님을 통해서 유미 자매가 다시 언급되었습니다. 두 번째 들은 이 이야기는 우연 같지 않았지만, 주님의 인도하심을 앞서고 싶지 않았기에 마음에만 둔 채 돌아왔습니다. 그 후로 주님께서 저로 하여금 유미 자매의 간증문과 간증파일에서 인용된 빌립보서 말씀을 듣게 하셨습니다. 자매의 인생 가운데 두고 있다는 그 말씀을 통해서 제게 유미 자매를 세 번째로 말씀하셨습니다.
“형제야, 유미 자매와 결혼하는 것은 곧 형제가 캄보디아로 가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알고 있나?”라는 한 형제님의 질문에 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예, 알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저의 주인으로 저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가지신 분이심을 이제 알기 때문입니다. 세상 동료나 친구들은 지금의 저를 보고 이렇게 얘기합니다. “너 제정신이니?”
그런데 제가 아는 분명한 사실은 욥의 고백과도 같습니다.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찌니이다.”(욥 1:21)
내게 주신 모든 것 모두 여호와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니 주님께서 취하시겠다면, 저는 주장할 자격이 전혀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여호와의 이름만이 찬송 받으시길 소망할 뿐입니다.
자매와의 이메일 교제 가운데서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인 자매를 발견해 갈수록 감사했습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주님을 향한 마음,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복음의 관심은 그 어떤 가치보다도 아름다웠습니다.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순 없었지만, 자매를 저에게 이끌어 주심을 확신했습니다.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 값은 진주보다 더하니라.”(잠 31:10)
그런데 교제 가운데서 자매와의 결혼에 대한 확신과는 달리 선교지로 떠나야 하는 제게는 육신의 자아와 사단의 송사가 시작됐습니다.
“너 같은 자가 나가기에 합당하냐?”
“네가 나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이러한 생각은 자매를 향한 마음과는 상관없이 저를 강하게 눌렀습니다. 캄보디아로 가는 것에 대한 나의 마음과 소원에는 후회가 없었으나, 육신의 자아와 사단이 주는 마음은 하루하루 마음을 무겁게만 했습니다. 저는 주님께 엎드리고 해답을 구했습니다.
‘주님~ 저는 부족하고 또 부족하고 연약한 자입니다. 주님께서 사용하시기에 하나도 합당치 않은 자입니다. 이런 제가 어떻게 그 길을 감당할 수 있습니까? 주님께서 말씀해주십시오.’
주님께서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구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구한 기도에 응답하셨습니다. 사사기의 기드온의 모습을 제게 보이셨습니다. 그의 고백은 제 고백과도 같았습니다.
“내가 무엇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리이까? 보소서. 나의 집은 므낫세 중에 극히 약하고 나는 내 아비 집에서 제일 작은 자니이다.”(삿 6:15)
“여호와께서 그를 돌아보아 가라사대 너는 이 네 힘을 의지하고 가서 이스라엘을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하라. 내가 너를 보낸 것이 아니냐….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하리니 네가 미디안 사람 치기를 한 사람을 치듯 하리라.”(삿 6:14, 16)
주님께서는 “내가 너를 보낸 것이 아니냐?”라는 말씀으로 저에 대한 모든 주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셨고, 저와 함께 하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23절부터 26절을 통해서 아세라 상이 무너지고 그곳에 여호와의 단이 세워져 제사 드리는 모습도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우상으로 가득한 캄보디아 아이들 마음속에 자리 잡은 우상이 무너지고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께서 자리 잡는 약속임을 믿습니다. 주님께서 응답하셨을 때 저는 평안 가운데 거할 수 있었습니다.
주님의 은혜와 성도님들의 넘치는 사랑과 축복 속에 2010년 4월 10일 결혼식을 올리고 캄보디아로 떠나게 됩니다. 제 짧은 인생을 돌아보며 쓰레기 더미 속에 자라나는 백합화임을 기억하며 주님의 은혜가 얼마나 놀라운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쓰레기 같은 제가 흥할 수 없으며, 생명 되신 주님만이 꽃피고 영광과 존귀 받으시길 소원합니다. 주님의 얼굴을 대할 영광의 그날 “충성스러운 인선아, 수고했다.”라는 한 말씀과 함께 꼭 안아 주시기에 합당한 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런 자가 될 수 있도록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께서 기도로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
나를 부르신 이가 하나님
나를 보내신 이도 하나님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나의 달려갈 길 다 가도록
나의 마지막 호흡 다하도록
나로 그 십자가 품게 하시니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한량없는 은혜 갚을 길 없는 은혜
내 삶을 에워싸는 하나님 은혜
나 주저함 없이 이 땅 밟음도
나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은혜
박인선, 김유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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