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넬슨 다비(J.N. Darby)

율법에 대한 신자의 위치

우리는 앞에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칭의와 실제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로마서의 앞부분(5장 11절까지)을 보면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죄들(sins)을 위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5장 12절부터의 내용을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우리 자신을 죄(sin)에 대하여는 죽은 자요 하나님께 대하여는 산 자로 여길 수 있게 되었음을 살펴보았다. 이 부분에서는 아담과 그리스도라는 두 머리 아래 있는 우리의 상태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도 바울이 다루어야 할 또 다른 측면이 하나 남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함께 죽고 부활했다는 사실이 율법과의 관계에서 어떤 효과를 갖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 또는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죽음에 함께 참여했고,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께 대해 살아 있다. 이러한 진리는 율법과 관련해서 어떠한 힘을 가질까? (율법은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만 효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에게 율법은 더 이상 아무런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율법과 관련된 우리의 위치이다. 이러한 사실이 율법의 권위를 약화시키는가? 그렇지 않다. 그리스도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우리도 그 안에서 함께 죽었다고 말하는 것이고, 따라서 율법이 죽은 자에게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일 따름이다.

결혼의 법을 예로 듦, 두 남편

이러한 진리의 효과를 설명하면서 사도는 결혼의 법을 예로 들고 있다. 남편이 살아 있는데도 부인이 다른 남자에게 가서 결혼하면 음행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남편이 죽게 되면 그 여자는 다른 남자에게 갈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 그런데 이 규정을 우리의 논의에 적용할 때는 형태가 변화된다. 동시에 두 남편의 권위 아래 있을 수 없다는 측면은 동일하다. 다시 말해 한 남편 아래 있으면 다른 남편 아래 있을 수는 없다. 율법과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한 영혼에게 동시에 권위를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결혼의 관계를 우리가 지금 살펴보는 경우에 적용할 때는 율법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우리를 구속하던 율법이 죽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죽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있을 때에만 율법은 우리를 다스린다. 사도는 이러한 매임이 죽음으로써 소멸된다는 논증을 시작한다. 결혼관계의 비유에서는 남편이 죽었지만, 그것을 우리의 삶에 적용할 때는 우리가 죽음으로써 율법이 무력화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말미암아 율법에 대하여 죽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그리스도에게로 가서 하나님을 위해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죽었다가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동시에 두 남편에게 속할 수는 없다. ---중략

선하고 거룩한 율법의 효과

사람은 보통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그 결과 죄나 반역에 대한 어떤 의식도 없는 가운데 자신의 뜻을 행하면서, 조용히 무관심 가운데 살아간다. 그때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금지하는 율법이 찾아오고, 그는 공의로운 심판 아래에서 죽게 된다. 정욕은 악한 것임이 드러나고, 하나님의 심판이 있음을 드러내지 못했음이 밝혀졌다. 오히려 정욕은 심판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율법이 왔을 때 죄(죄는 여기서 어떤 사람이나 어떤 장소를 공격하는 대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 사람이 자기 의지로 율법에 저항하고 그 결과 양심이 정죄를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 율법이라는 기회를 잡아서 오히려 율법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사람을 몰아감으로써, 율법이 금지하고 있는 죄를 지었다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면서 사람을 죽인다. 결과적으로 볼 때 죄는 사람을 하나님의 심판 아래 둠으로써 사람에게 사망을 가져오는 것이다. 율법 자체는 선하고 거룩하지만(왜냐하면 율법은 죄를 금지하기 때문에), 율법은 죄인을 정죄한다.

죄가 사람을 죽이려는 존재로 의인화됨

그러면 사망이 선한 율법에 의해서 온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하지만 죄는 율법의 참된 빛의 조명을 받음으로써 선한 율법으로 하여금 영혼에 사망을 가져오도록 한다. 그렇게 계명이 이르매 죄가 심히 죄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 모든 설명에서 죄는 영혼을 죽이려는 어떤 존재로 의인화되어 있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죄가 사람 안에 있는 경우에 첫 남편인 율법이 사람에게 미치는 효과였다. 이러한 사실을 보다 분명히 설명하기 위해 바울은 율법 아래 있는 사람의 경험에 대한 자신의 영적인 이해를 제시하고 있다.

선을 행할 능력이 없음

여기서 우리는 사도가 7장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두 본성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울이 여기서 다루고 있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새로워져서 율법이 그 마음에서 양심의 지지를 얻고 또 율법이 추구대상이 된 사람 - 즉, 율법의 선함을 인정하고 있는 사람 - 에게 있어 율법이 갖는 효과이다. 이것은 은혜에 관한 지식도 아니요 그리스도 예수에 관한 지식도 아니며 그렇다고 성령에 관한 지식도 아니다. 여기서 사도가 말하는 주된 논점은 정죄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는(물론 율법이 사람을 심판 아래 가두어 두는 일을 하긴 하지만), 율법의 정죄를 받지 않도록 율법을 이룰 수 있는 힘이 사람에게는 전적으로 없다는데 있다. 율법은 신령하다. 하지만 나는 육신적이기 때문에 내 속사람에 대한 나의 판단이 어떻든지 간에 나는 죄의 노예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나는 행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미워하는 것을 행한다. 좋아하는 것은 행하지 못하고 도리어 싫어하는 것을 행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율법의 선함을 시인한다. 나는 도덕적 판단에 따른 의지적인 의도를 가지고서 악을 행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나는 조금도 악을 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반대로 나는 악을 미워한다. 그럼에도 그렇게 만드는 것은 내 안에 거하는 죄이다. 내 안에는(즉, 자연인으로서의 모습인 육신 안에는) 선이 조금도 없다. 선을 행하려는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선을 행할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로 대적하는 두 가지 원리, 죄의 현재 활동 및 죄를 억제하는 능력이 없음

20절에서 사도는 이러한 설명을 하면서 “나”를 강조하고 있다. “만일 내 자신이 원하지 아니하는 그것을 하면 이를 행하는 자는 내가 아니요 내 속에 거하는 죄니라” 그렇다면 선을 행하려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왜냐하면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기뻐하지만 내 안에 또 다른 원리가 있어서 내 마음의 법에 반대하여 싸우고 내 지체 안에 있는 죄의 법 아래로 나를 사로잡아 가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어떤 것을 원하든지 간에 그 바라는 것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나 자신은 비참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 곧 이러한 상태에 빠져 있는 나의 모습은 비참함 그 자체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태에 대한 합당한 조치가 취해졌다.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악은 우리의 본성에 속에 있는 악이고, 이 악을 없앨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겐 없다. 지은 죄들(sins)에 대한 용서는 이미 앞에서 충분하게 다루었다. 여기서의 논점은 우리가 없앨 수 없는 죄(sin)가 사람 안에서 역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가 지은 죄들이 그리스도의 보혈로 인해 용서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지은 죄들(sins)보다 죄(sin)라는 대적이 우리 안에서 역사한다는 사실이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우리는 죄를 싫어하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죄에 대한 자각이 여전히 남아 있고, 적어도 우리가 로마서 7장 이 부분에서 가르치고 있는 바, 즉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아니라 옛 사람을 우리 안에 있는 죄로서 심판해야 하며, 우리 자신은 죽은 자로 여겨야 한다는 교훈을 배우기까지는 해방에 대한 문제는 우리의 경험과 혼재되어 있다. 해방의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지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살고 있고, 그리스도께서는 죄를 위한 희생제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우리를 정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죄는 이미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심판을 받았고, 그 결과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을 통해 자유롭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죄용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해방을 말한다. 육신 안에 있는 죄(sin)는 이미 십자가에서 정죄를 받았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해방, 능력이 없음을 알게 될 때 은혜만이 유일한 자원이 됨

마음이 새롭게 된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 아래에서 세 가지 사실을 배운다. 첫째, 그는 자신 안에 곧, 그 육신 안에 선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배운다. 둘째, 그는 선을 행하려는 의지를 가진 자신과 자신 안에 거하는 죄를 구분하는 법을 배운다. 셋째, 그는 자신이 선을 행하려 하지만 죄는 그에게 너무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배운다. 이렇게 자신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면 그는 육신 안에서 좀 더 좋아지기를 바라지 않고 해방을 구하게 된다. 그러면 그리스도 안에서 해방을 경험하게 된다. 그 후에 능력이 오게 된다. 신자는 자신에게 아무런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고백하는 시점에 이르게 된다. 이럴 때는 자기 자신을 다른 분에게 의탁해야 한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또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묻지 말고 “누가 나를 해방시킬 것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그리스도께서 경건치 않은 사람들을 위해 돌아가신 것은 우리에게 아무 힘도 없을 때였다. 우리에게 어떤 능력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우리는 마침내 은혜를 발견한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와 관련해서, 우리에게는 개선될 아무런 가망도 없기 때문에 은혜만이 우리가 의지할 유일한 자원이 된다.

문제가 해결됨: 해방은 이미 성취되었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우리 자신을 은혜에 의탁하게 때 우리 앞에는 은혜 외에는 아무 것도 없음을 보게 된다. 해방은 우리가 육신 안에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에 의해서 성취된다. 우리는 죽음을 통해 육신으로부터 벗어났고, 우리를 속박하고 정죄했던 율법 아래로부터 벗어났으며, 다른 이, 곧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그리스도에게로 가서 결혼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혼의 곤고함 가운데서 괴로워하며 “누가 나를 해방시킬 것인가?”라고 물었던 영혼에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라는 대답이 바로 준비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해방의 길을 찾는 사람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주님이 장차 해방시키실 것이다”라는 미래의 사실에 있지 않다. 해방은 이미 성취되었다. 그래서 답을 얻은 신자는 감사를 드린다. 로마서 7장 후반부의 사람은 율법 아래서 갈등하면서 구속에 대한 지식을 얻지 못한 채 곤고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리스도의 죽음 안에서 함께 죽었기 때문에 옛 본성으로부터 벗어났다. 그는 자신과 결별한 것이다. 하나님의 해방은 완전하다. 두 본성은 여전히 서로 대적하지만, 해방은 결코 불완전하지 않다. 이러한 해방은 하나님께서 이루신 것이다. 이러한 해방의 체험이 이제 신자의 삶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진전되는지에 대해서는 8장에 설명되어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면 존 넬슨 다비의 성경주석: 로마서를 참고하세요.

문의: 형제들의 집(www.brethrenhou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