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과실을 맺게 하고 또 너희 과실이 항상 있게 하여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니라”(요 15:16)

[바이올라 대학교]

 하나님의 은혜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으로 말미암아 죄와 지옥, 자아로부터 구원받은 후 제 인생의 목표와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구원받기 전 저는 과학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그래서 구원받은 직후 그 분야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 학기를 마치고 나자 돈이 다 떨어짐과 동시에 과학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습니다. 저의 주된 관심사는 성경과 영혼들, 그리고 선교사역이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캘리포니아 주 LA에 있는 로스앤젤레스 성경학교(현 바이올라[Biola] 대학교의 전신)에 원서를 냈는데, 입학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때가 1958년 2학기였는데, LA 도심가에 있는 낡은 캠퍼스에서의 마지막 학기였습니다. 수업은 그곳에 있는 오픈 도어 교회에서 열렸습니다.

학교 공부[고등학교 이전부터]를 하는 내내 저는 제가 일해서 번 돈으로 수업료를 충당했었습니다. 이 일은 제게 돈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갖도록 하는 좋은 훈련이 되었고, 그래서 그때는 물론 지금까지 주님의 선하신 공급으로 말미암아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은행대출 등을 받지 않도록 했습니다.

구원받은 때부터 계속해서 저는 네비게이토와 꾸준히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매주 성경구절을 새롭게 암송하고, 그 구절을 계속 반복 암기하도록 하는 네비게이토의 성경 암송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성경 암송은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과의 사귐을 갖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바이올라 대학교에서 공부할 때에도 네비게이토와의 관계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롱비치 서비스맨 센터(Long Beach Servicemen's Center:LBSC)]

 바이올라에서 성경을 공부하면서 한 학기를 마친 후, 세 달이라는 긴 여름 방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네이게이토가 저를 오도록 초청했습는데, 네비게이토는 성경공부와 제자 양육, 그리고 복음전도를 통해 초신자들을 도와주는 단체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저는 성경 암송 프로그램을 꾸준히 해내었고, 여름 동안 바이올라에서 그리 멀리 않은 캘리포니아 롱비치에 있는 롱비치 서비스맨 센터를 시작했습니다. 네비게이토는 꽤 규모가 큰 센터를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했습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네비게이토는 제게 그 센터에 남아서 계속 도와달라고 부탁해왔습니다. 그 결과 저는 거기서 2년간 더 머물렀습니다.

LBSC는 롱 비치 중심지에서 후미진 지역 2층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건물 1층과 센터 주변은 온통 술집이었는데, 새벽 2시부터 6시까지만 문을 닫을 수 있는 술집들이었습니다.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음악소리는 2층에 있는 센터에까지 들렸습니다. 술집 손님들 대부분은 근처에 있는 미국 해군 부대에서 온 젊은 군인들이었습니다. 해군에서는 한 달에 두 번 월급을 주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술을 마시느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돈을 순식간에 다 써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모든 것을 무료로 제공하는 2층 센터에 올라왔습니다.

커피, 샌드위치, 케익 등을 무료로 제공해주었습니다. 큰 홀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작은 테이블들이 몇 개 있었습니다. 센터의 목적과 전략은 이 젊은 해군들에게 개인전도 기회를 얻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간단한 다과를 가져와 테이블에 앉으면, 우리 가운데 몇 명은 그들과 함께 앉아 대화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친구가 되어 주려고 노력했고, 또한 복음을 전하고자 했는데, 이 일은 제게 개인 전도 훈련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과 외에도 잡지와 소파들이 구비된 휴게실과 탁구 등의 운동을 할 수 있는 레크레이션실 등이 있었습니다. 토요일마다 센터는 밤새도록 문을 열었습니다. 60명이 잘 수 있는 2단 침대들이 있었고, 침대를 사용하려면 1달러만 내면 되었습니다. 주일 아침에는 모든 사람들을 깨워서 식당에서 제공하는 무료 아침 식사를 제공했고, 식사 후에 그룹별로 복음을 전했습니다.

센터에서의 생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주님을 위한 앞으로의 사역 준비에는 매우 유용한 훈련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일이 어려울수록 더 빨리 자란다.”는 말을 했습니다. LBSC에서의 모든 일은 자원봉사였기에,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해야 했습니다. 파트 타임으로 빵집에서 그릇과 팬 등을 씻고, 빵을 만든 후 청소하는 일을 했습니다. 우리 중 일부는 센터에서 숙식을 해결했는데, 밤에 잠 자리에 들 때면 여전히 아래층 술집에서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렸습니다. 새벽 2시경 음악 소리가 잠깐 멈췄다가 4시간 후인 새벽 6시에 또 다시 들리곤 했습니다.

얼마 안 있어 저는 LBSC에서 청소와 관리의 일을 전임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때는 선원들이 만취한 상태에서 센터로 올라와 바닥이나 다른 곳에 토하기도 했습니다. 청소원의 일원으로서 저는 그러한 오물을 깨끗이 치우는 특권을 얻었습니다. 그럼에도 센터의 동료들과 정기적인 성경 공부와 기도 시간을 함께 하며 나눈 교제는 매우 감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센터 일이 너무 바빴기 때문에 우리는 교회 예배에는 거의 가지 못했습니다.

[멀트노마 성경학교]

 LBSC에서 2년을 지낸 후 1961년, 저는 기도 가운데 주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성경 공부와 주님의 사역을 준비할 목적으로 오레곤 주 포틀랜드에 있는 멀트노마 성경학교(Multnomah School of the Bible: MSB)에 진학했습니다. 주님의 은혜로 저는 1964년에 3년 과정의 학업을 마쳤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다른 동료와 함께 대학 캠퍼스 내에서 개인 전도를 하고, 또한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주님의 일을 했습니다. 네비게이토와도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 받으며 교제를 가졌습니다. 학비를 벌기 위해서 다양한 일을 하기도 했는데, 개와 고양이 목욕을 시켜주기도 하고, 아예 동물들을 돌보느라 병원에서 자기도 했습니다. 학교 식당에서는 음식도 만들고 잡역부 일을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기도 했습니다. 졸업 후, 저는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는 네비게이토 본부에서 개최한 여름 훈련 프로그램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

 식당에서 일한 경력 때문에 네비게이토 본부에서 저는 식당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우 바쁜 일었습니다. 식당에서 책임자로 일하는 분은 우리에게 성령 세례에 관한 잘못된 교리나, 심지어 우리가 받은 구원을 의심케 하는 교리를 가르쳤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이러한 가르침의 오류를 볼 수 있었기에 그런 가르침은 거절했습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네비게이토 본부를 떠나야 했고,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한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네비게이토에 속해 있던 몇몇 사람들은 마을에 있는 크리스천 모임(Christian Brethren Assembly)에 나가고 있었는데, 저도 함께 가자고 초청을 했습니다. 저는 모임에 참석하면서 복수 장로제나 매주일 떡을 떼는 예배가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두 명의 장로와 교제를 가진 후, 저는 그 모임의 교제에 함께 하도록 영접되었습니다. 그 해 겨울 저는 몇 명의 형제들과 함께 미네소타 주 미네아폴리스에 있는 베다니 모임(Bethany Fellowship)에서 열린 선교사 수양회에 참석했고, 수양회를 통해 아프리카와 여러 지역의 필요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강사 한 분은 마가복음 16장 15절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는 말씀을 따라 아주 분명하게 증거했는데,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명령은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만일 하나님이 우리를 국내에서 사역하도록 특별히 인도하시지 않는다면, 마땅히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명령에 순종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일로 인해 저는 기도할 필요를 느꼈고, 하나님이 저로 하여금 가기를 원하시는 곳이 어디인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의 필요에 대해 들었기 때문에, 저는 그 지역을 선교지로 생각하면서 그곳에 갈 수 있도록 선교후원회에 신청을 했습니다. MSB에서 저는 파푸아뉴기니의 필요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지역도 함께 생각했습니다.

선교후원회는 저를 그들과 함께 훈련하는 프로그램에 초청을 했습니다. 그때 모임에서 온 두 명의 노련한 선교사를 만나 그들의 조언을 들었는데, 그들은 선교회의 감독을 받는 일은 피하도록 조언했습니다. 그들은 경험을 통해서 선교회의 통제를 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국내 선교기관의 통제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자유로운 주님의 사자로서 선교를 나갈 것을 조언해주었습니다. 이 일은 제 마음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사실 저는 선교회에 가는 일에 대해 마음의 평안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편지를 써서 주님이 다른 방향으로 인도하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훈련을 받는 일도 사양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프리카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저는 혼자 선교사로 나가는 일에 대해 평안과 인도함이 없었습니다.

일찍이 한국에 선교를 하고 온 한 선교사가 우리 모임을 방문했고, 한국의 필요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에는 많은 교회들이 있지만 복음은 없는 실정이라고 했습니다. 대부분 기독교인들은 율법 아래서 구원의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그러한 말을 듣고 주님의 인도를 구하는 기도를 다시 하는데, 한국과 그곳의 필요가 제 마음에 자꾸 부딪혀 왔습니다. 저 위대한 사도 바울도 혼자서 사역하지 않았을진대, 저도 당연히 그럴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절대 혼자서 일하지 않고, 다른 선교사와 함께 일하길 바랬습니다. 주님과 그분의 말씀을 통한 인도함과 마음의 평안을 따라, 저는 한국으로 돌아간 맥카피(Mr. McAfee) 선교사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맥카피 선교사는 한국에서의 주님의 사역을 돕기 위해 누군가 올 것이란 소식을 듣고는 기뻐했습니다. 그는 저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저에 대해 알고자 저를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맥카피 선교사는 한국에서 자신과 함께 선교사역을 하자는 따뜻한 초청장을 보내주었습니다.

그 동안 저는 계속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제가 교제하던 모임에서 저는 주일학교에서 남자 아이들을 도와 가르치고 있었고, 또한 저는 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어린이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다른 한 분과 함께 고학년 남자아이들 그룹을 돌아보았는데, 그들을 돌보는 일은 항상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때때로 모임의 성도들은 도심지로 광범위한 노방 전도를 나가곤 했고, 저는 집집마다 방문하면서 전도하는 팀에서 함께했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면서 저는 한국행 편도 비용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제게 콜로라도에서의 교통편을 제공하려고, 한 친구는 200달러라는 싼값에 차를 넘겨주었는데, 그 차는 성능이 아주 좋은 차였고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 다시 돌려주었습니다. 1966년 6월 저는 공장 일을 그만두고, 성도들을 위한 여름 수양회를 섬기고자 수양회 장소로 떠났습니다. 제가 섬기던 모임은 주님을 섬기기 위해 한국으로 떠나는 것에 대해 전혀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콜로라도를 떠나 한국으로 가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갔습니다.

[한국을 향해]

 마침내 한국행 화물선을 타기 위한 모든 수속을 마쳤습니다. 그 화물선에는 여섯 개의 객실이 있었는데, 저는 일본으로 가는 로마 가톨릭 신부와 방을 함께 썼습니다. 한국을 향해 떠나면서 다른 교회나 모임을 방문해 한국을 섬기고자 떠난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가 일해서 번 돈을 가지고 한국으로 떠났습니다. 이것은 모든 필요에 대해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고자 했던, 제가 진정으로 바라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40년 동안 지금까지 모든 필요를 신실하게 채워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영광을 돌립니다. 저는 성경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교회들과 친구들로부터 자신에 대한 일정 수준의 후원금을 약속받아야만 해외 선교를 허락받았던 사람들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후원금을 모으는 일은 때때로 2년이나 걸렸습니다. 1966년 10월, 저는 미국 캘리포니아를 떠나 일본과 한국과 다른 나라를 향하는 화물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로 같은 해 11월 1일 한국에 처음 도착했습니다.

주님이 허락하시면, 다음 호에서는 한국에서의 주님의 사역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합니다.

이수원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