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 선교 헌금이 어디로 가는 거예요? 선교 헌금은 어떻게 쓰여 지는 거예요?”

 우리 어린 아들과 딸이 묻는다. 3년 전부터 수정교회 주일학교에서 3개월에 한 번씩 선교헌금을 모아서 여러 선교지역에 돌아가며 헌금하고 있는데 어떻게 쓰여 지는지 궁금했나 보다.

 “음, 선교헌금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외국 사람들을 주님께 인도하는데 가난한 사람, 불쌍한 사람들과 어린이들에게 옷이나 신발, 그리고 돈으로 도와주면서 전도할 때 사용하는 거란다. 우리나라도 예전엔 그렇게 가난했는데 잘 사는 나라 선교사들이 들어오셔서 복음을 전해줘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게 됐지. 그러니까 우린 빚진 자들이란다. 언제 시간이 되면 선교지에 가서 선교헌금이 어떻게 쓰여 지는지 보자”

우리 가정은 오래전부터 타국에서 여러모로 고생을 하고 계실 선교사들을 생각할 때면 ‘우리가 그분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해 왔다. 선교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돕기 위해선 그곳의 생활을 보고, 듣고, 느껴야만 진정한 도움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직접 나서는 해외 선교도 생각해 봤지만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주님의 일은 정말 은사별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주님이 바울에게 이방인 전도를 하게 하신 그 마음, 그 부르심을 받아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안산동부교회 3명, 조암수정교회 9명(어린이 4명 포함), 수부교회 5명, 총 17명이 11일의 짧은 기간 동안 캄보디아의 김한식 형제님이 계신 프놈펜을 비롯하여 시골마을 껌뿡톰과 3시간이 걸려야만 들어갈 수 있는 우리나라의 70년대를 연상하게 하는 품바째이, 그리고 제일 한국 사람이 많이 살며 유창용 형제님과 조동현 형제님이 선교를 하고 있는 씨므리읍까지 네 곳을 돌아보는 선교 아닌 선교를 하고 왔다. 캄보디아는 1년 내내 여름이며 6개월은 우기, 6개월은 건기인데 아주 더울 때는 온도가 50℃ 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는 겨울에(한국의 여름날씨) 갔기 때문에 날씨로 인한 큰 고생은 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가 기도 하고 있는 동안 주님은 여러 곳에서 선교사를 통해 많은 일을 하셨구나! 기도를 항상 응답해 주시는 구나!'하는 생각을 하였다. 함께 따라간 아이들도 귀중한 선교현장체험을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11일 동안의 한국 날씨도 주님이 도우셔서 12월에도 아주 춥던 날씨가 1월 중에는 따뜻했다고 들었다. 우리 가정이 셀프 세차장 사업을 하는 관계로 기계가 동파 될까 봐 많은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버지의 사랑을 채 이해 못한 못난 자식의 어리석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캄보디아로 떠나기 한 달 전부터 가지고 가야할 물품들을 교회에 광고하고 모으기 시작했다. 부족한 것은 구입을 하고 그리고 일행들의 짐까지 모두 합치니 개인 짐을 빼고도 9인용 승합차 한 대에 꽉 찰 정도로 모였다. 그 짐은 고추장, 멸치, 여름속옷, 여름옷, 콩, 양말, 수건 등 여름에 필요한 생필품과 현지성도들에게 줄 선물 등이었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만난 우리 일행은 모두 기대에 부푼 얼굴이었고 일부 성도 중에는 처음 보는 자매님도 있었다. 안산동부 모임 김철회 형제님의 아들인 바나바는 식중독으로 얼굴이 붉었다. 비행기에 오른 지 4시간 30분 만에 방콕에 도착했다. 후덥지근한 공기 때문에 여름옷으로 갈아입고 4시간 정도 기다린 후 프놈펜행 비행기에 올랐다. 직항로가 없는 탓에 시간을 많이 허비한 것 같았다. 한 시간 후에 프놈펜에 내려서 물건을 찾고 비자를 받는 동안 김한식 형제님과 곽경덕 자매님이 공항에 오셨는데 두 분 모두 건강해 보여서 좋았다. 미리 준비해 두신 승합차 두 대에 짐을 싣고 간신히 끼어 탄 채 25분 정도 프놈펜 시내를 달려 가나안 기술학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우릴 환영하는 것이 또 있었다. 바로 모기떼였다. 현관문 앞에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모기들이 너무 많아 섬뜩했다. 몸은 지쳤지만 함께 모여 기도하고 곽경덕 자매님이 미리 준비해 놓으신 열대 과일을 먹고 나니 몸이 풀리는 듯 했다. 그리고 김한식 형제님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다녀야 할 곳과 캄보디아의 나라 사정을 들었다. 한국과 2시간의 시간차로 인해 우리는 이날 26시간을 지내야 했다.

일어나자마자 껌뿡톰 모임 방문을 위해 짐을 싸들고 차에 올랐다. 가까운 식당에서 쌀국수를 먹고 예정된 일정대로 우리는 껌뿡톰이라는 도시(?)로 3시간을 달려갔다. 캄보디아 전 지역이 그렇듯이 껌뿡톰에도 산이 없고 논과 밭 그리고 넓은 벌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시내의 한 호텔(우리나라 여관 정도의 시설)에 다섯 개의 객실을 잡은 후에 일부 형제님들은 가지고 온 선물을 전해 주기 위해 껌뿡톰 교회로 갔다. 차로 약 5분 거리였다. 호텔 1층 식당에서 점심으로 볶음밥을 먹었는데 역시 고춧가루가 안 들어간 하얀 음식이었다. 한 끼 식사를 19명이 26,000원 정도로 해결했는데 이 나라의 가치로는 약 120,000원 정도라고 한다. 오후에는 껌뿡톰 교회에 갔다. 조금 큰 원두막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캄보디아는 겨울이 없기 때문에 거의 나무로 집을 짓는다고 한다. 그것도 안에서 나무 사이로 밖이 보일정도로 듬성듬성하게 집을 짓고 곤충이나 동물 따위를 피하기 위함인지 1층에는 나무기둥만 있고 2층에서 지낸다고 한다. 이 교회도 다른 건물과 마찬가지로 2층에 예배드릴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고 한쪽엔 사역하시는 노부부(썸은 형제님과 얀 자매님)가 지내는 방이 있었다. 뒤편에는 아들내외가 지내는 작은 집이 있고 1층 나무기둥 사이에는 누워서 쉴 수 있는 그네와 같은 그물망이 있었다. 예배당에서 복음집회가 열렸다. 성도들과 구도자들이 한둘씩 들어왔다. 조암수정교회 이윤식 형제님이 복음을 전하고 김한식 형제님이 통역을 하셨다. 말씀이 끝난 후에 개인적으로 교제를 하였는데 구도자들이 다 이해했다고 고백했다. 이곳 성도들은 김한식 형제님께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것 같았다.

 아침 7시에 호텔 식당에서 쌀국수를 먹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되었다. 예배를 위해 껌뿡톰 모임으로 이동했는데 어제 만난 성도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성도들이 많진 않았지만 노인에서 어린아이까지 계층이 다양했고 찬양하는 모습이 진지해 보였다. 다른 언어로 찬양을 했지만 같은 곡조와 같은 뜻의 찬양이었다. 쏙스라이 자매님이 간증을 했고 젊은 형제자매들이 특송을 들려주었고 우리도 405장으로 주님을 찬양했다. 뒤이어 현지 기혼형제자매님들도 특송을 했다.

 손님을 맞이하는 성도들 모습이 피를 나눈 한 형제자매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예배드리는 형식도 우리와 같았고 마치 천국백성들이 함께 사랑스런 마음으로 하나님을 바라보며 뜨겁게 예배드리는 듯 했다.

 안산동부 김철회 형제님이 사도행전 2장 말씀으로 우상이 우리를 구원해 주지 못한다는 것과 기도는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라는 복음의 말씀을 전하셨다.

 예배가 끝나고 김한식 형제님이 우리일행을 데리고 가서 교회를 지으려고 구입해 놓은 땅을 보여 주셨다. 약 450평 정도 되는 땅을 몇 년 전에 150만원에 구입했다고 했다. 곧이어 이곳 성도인 폼 형제의 집을 방문하였다. 폼 형제의 큰 아이는 말라리아에 걸려서 죽었고 두 살 정도 된 딸 말린이 있었다. 작은 치어양식장을 하고 있었는데 물고기를 키워서 생계를 유지한다고 했다. 선교사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비량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저녁에 한국성도들이 헌금을 내서 이곳 성도들과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는데 성도들이 분주하게 저녁 준비를 했다. 이어 예배당에서는 간증집회가 열렸다. 사역자 썸은 형제님과 얀 자매님이 주님을 믿게 된 과정 속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곳의 잔치 때나 먹을 수 있다는 음식을 준비해 주셨는데 밥도 있고 국수도 있고 야자를 갈아 넣어 끓인 닭고기도 있었다. 성도들의 사랑을 담아 맛있게 먹고 김철회 형제님은 폼 형제의 누님께 그림책으로 복음을 전했다. 한편에서는 조암수정교회 이재영(주교사)자매님이 말린을 위해 색종이로 토끼를 접어주었다. 썸은 형제님의 막내딸 완리(22세) 자매가 몸이 좋지 않아 숙소로 데리고 와서 수부교회 유복순 자매님이 물리 치료를 해 주었다. 유복순 자매님은 물리치료사로 곽경덕 자매님을 치료할 목적으로 왔다고 했다. 

아침 7시 30분 품바째이로 이동하기 위해 호텔 앞에 모였다. 김한식 형제님의 승합차로는 도저히 갈수 없는 길이기 때문에 작은 트럭을 빌려서 앞좌석과 뒤쪽 짐칸에 모두 타고 출발했다. 뒤에 탄 사람들은 햇빛과 흙먼지를 막기 위해 곽경덕 자매님이 선물한 크라마라고 하는 큰 스카프 같은 것을 두르고 가야만 했다. 우리는 도저히 갈 수 없다고 생각한,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험난한 길을 잘도 가고 있었다. 두 시간쯤 가다가 냇가의 부실해 보이는 낮은 나무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폭이 자동차만한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건너는데 심장이 오그라드는 듯했다. 드디어 품바째이에 도착했는데 흙길이 인상적이고 한쪽에는 큰 강이 흐르는 작은 마을이었다.

 우리 일행이 머물 숙소는 껌뿡톰 모임의 얀 자매님 여동생의 집이었는데 자매님의 딸은 간호사이고 남편은 학교 교장선생님이며 교회의 장로였다. 이 가정은 방문하는 성도들을 위해 집을 크게 지었으며 여러 번 대접하는 일을 기쁨으로 했다고 한다. 이모와 사촌들을 보기위해 ‘완리'자매도 함께 왔다.

 이 가정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이 가정에서 키우는 돼지를 우리가 사서 2박 3일 동안 먹을 음식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김한식 형제님이 미리 도안해서 목수에게 부탁한 강대상(1개 100,000원)을 껌뿡톰과 품바째이 두 모임에 한국성도들이 증정하기로 했다. 이곳 성도들은 가난하여 강대상을 구입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된다고 했다. ‘여호와 이레'였다. 우리에겐 부담스럽지 않은 헌금으로 두 모임에 큰 선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찼다.

 오후에 예배당 실내 장식을 하러 갔다.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였다. 원두막과 같은 예배당 2층엔 얀 자매님의 언니인 자매님이 혼자 살고 있었다. 예배당 옆에 큰 땅이 있었는데 그 땅을 사서 예배당을 짓는 것이 성도들의 소망이라고 했다. 마차가 강대상을 싣고 오고 실내를 장식해서 어둡던 예배당이 환해졌다. 저녁에 복음집회를 하기 위해 모였는데 동네의 많은 아이들과 청년과 어른들이 외국인이 왔다고 구경하러 모였는데 자리가 부족해서 계단에까지 앉았다. 예배당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건물이 오래돼서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 많은 영혼들이 복음을 듣고 하나님을 믿는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캄보디아는 불교국가라서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한다. 강대상 증정식을 하고 난 후에 다음날 침례를 받을 구도자들의 간증이 있었다. 15세~18세 정도의 청년들인데 간증이 확실하고 막힘없이 말을 이어갔다. 김철회 형제님이 침례에 관한 말씀과 복음을 전했는데 전기가 안 들어와서 자동차 배터리를 이용해 등을 켜고 집회를 가졌다.

6시 반에 일어나 경건의 시간을 가졌다. 식사 때마다 비슷비슷한 음식이지만 이곳 자매님들의 사랑이 느껴졌다. 유복순 자매님은 틈 날 때마다 곽경덕 자매님과 완리 자매에게 물리치료를 했다. 가지고온 초음파기계는 전기가 저녁 때 3시간(집회시간)밖에 안 들어오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었고 손과 운동법을 이용해서 치료를 했다. 학교에 간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침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오전 11시에 가까운 강가로 갔다. 메콩강이 마을을 지나기 때문에 침례를 베풀기에 적당하고 많이 더럽지는 않았다. 침례식 후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침례를 받는 7명의 성도들은 큰 감동으로 이 날을 기억할 것이다. 오후엔 야자열매를 10,000원어치 샀는데 20개는 되는 것 같았다. 빨대로 먹었는데 이온음료에 우유를 섞은 듯한 맛이었으며 갈증해소가 됐다.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의 실내 장식을 해 주었는데 낙엽무늬가 있는 흰색 천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저녁에는 복음 집회 참석을 위해 교회에 갔다. 어두워져서 이곳 형제님과 그 아들인 형제님이 번갈아 가며 오토바이로 우리를 교회로 데려다 주었다. 역시 많은 동네 사람들이 모여 말씀을 들었다. 아이들도 또렷한 눈으로 쳐다보며 신기한 듯 말씀을 들었다. 말씀 도중에 고양이가 성도들 사이사이를 가로질러 다녔지만 한국 성도들 외엔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다. 열대야로 끈적거렸지만 물이 귀한 곳이라 저녁에 샤워 한 번 하는 것도 미안한 일이었다.

아침식사로는 여기서 잡은 돼지고기 구운 것을 먹었는데 한국에서 가지고 간 고추장이 없으면 밥을 못 먹을 형편이었다. 다행히 고추장을 조금씩 나누어 먹어서 느끼하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한국음식에 고춧가루와 고추장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알 것 같았다. 떠나야 할 시간이 되서 트럭 두 대가 도착했다. 한 대는 강대상을 싣고 갈 차였다. 그동안의 수고를 기쁨으로 보여준 고마우신 형제자매님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시 크라마를 머리와 얼굴에 두르고 껌뿡톰을 향해 출발했다. 건기라 비를 보지 못하고, 뜨거운 태양 때문에 두통이 심했다. 껌뿡톰에 도착하여 강대상과 만찬 잔을 증정했다. 썸은 형제님 내외가 너무 기뻐하셨다. 우리는 다시 짐을 싣고 씨므리읍을 향해 달려서 3시간여 만에 도착했다. 이곳은 한국인이 1,000명 정도 살고 있다고 했다. 길거리에는 구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성남수정교회에서 선교를 위해 오신 유창용 형제님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셨다. 집이 꽤 크다고 생각했는데 집 근처에 묘지와 절들이 많아 귀신들이 돌아다닌다는 소문 때문에 사람들이 찾지 않는 집이라서 싸게 들어오셨다고 했다. 씨므리읍은 캄보디아 제 2의 도시라 물가가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한국인들이 경영하는 식당의 음식값은 한국과 비슷했다.

 짐을 풀고 바로 씨므리읍 교회로 갔다. 교회는 월세가 350,000원인 2층 벽돌 건물인데 2층은 예배당이고 1층은 성남수정교회에서 선교 나오신 조동현 형제님 가정이 사신다고 했다. 집회를 갖는 동안 성남수정교회에서 학생들이 선교훈련 차 방문했다. 집회 후에 한국인을 위한 뷔페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다른 지역보다 비싼 편인 일인당 10,000원이었다. 캄보디아 전통무용도 관람했다. 식사 후에 유창용 형제님 댁에서 간증을 들었다. 유창용 형제님 가정이 많은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오셨음을 듣고 많은 도전이 되었다.

비교적 깨끗한 식당으로 가서 쌀국수(돼지내장이 들어있는)를 먹고 앙코르와트를 관람했다. 앙코르와트는 앙코르(Angkor) 왕조 시대에 코끼리와 사람을 동원해 큰 돌을 옮겨 지은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속하는 큰 사원이며 캄보디아 최대의 문화 유적지이다. 대충 둘러보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웅장한 유적지에 여러 모양의 석가상이 있고 도둑들이 석가상의 머리를 잘라가서 밀거래를 하기 때문에 몸만 보전된 석가상도 있다고 한다. 불교국가임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유적지인 것 같았다. 킬링필드 사건 이후 가난해진 나라지만 그 이전의 삶은 그렇지 않았음을 알 수가 있었다.

 앙코르와트를 나와 유창용 형제님 댁으로 가니 차선희 자매님(유창용 형제님의 부인)이 한국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주셨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한국 음식이라 무척 맛있었다. 뜨거운 사랑에 감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다시 프놈펜으로 출발했다. 저녁 야경이 보일 때까지 6시간을 달려 프놈펜 가나안 기술학교에 도착하였다.

가나안 기술학교에서의 아침은 한국에서 가지고 간 김과 단무지와 고추장과 밥으로 식사를 하고 킬링필드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중, 고등학교를 개조해서 고문장소로 사용했던 투슬랭박물관에 들렀다. 30년 전, 폴포트가 이끌던 크메르루즈군이 캄보디아를 공산화한 후 농업적 공산주의 사회를 주장하면서 도시에 있던 사람들 중 지식인과 종교인 등을 반동이란 명목으로 4년 동안 전 국민의 1/4인 300만 명을 학살한 것이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전 세계에 폭로함으로 킬링필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고문하던 침대, 고문하는 사진, 고문기구들과 해골전시물들, 고문장소를 보면서 캄보디아도 한국만큼이나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불교 국가로서 기세등등했던 민족성이 많이 낮아졌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킬링필드 기념탑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이 지역의 바닥은 온통 무덤의 흔적인 뼈 뿐이며, 우리는 그 뼈를 밟고 다니며 관람을 하였다. 한여름인데도 소름이 돋았다. 김한식 형제님은 이 캄보디아 사람들이야말로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줄 그 무엇인가가 필요한데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며 계속해서 복음을 전할 때 이들에게 희망과 함께 큰 위로와 기쁨을 줄 수 있다고 하셨다. 황무지와도 같은 이곳에 4개의 모임을 개척하고 주의 복음으로 성도의 수가 늘어나게 한 김한식 형제님의 헌신적인 삶이 존경스럽고 이 일을 계획하신 하나님께 찬양을 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점심때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중국집에 갔는데 자장면 한 그릇의 값이 3,000원으로 여기서는 비싼 편이었지만 맛은 한국과 꼭 같았다.

 저녁엔 전기가 나가서 어둡기 전에 가나안 기술학교에서 3분 거리인 벙뜨러바엑(벙깽껑) 예배당으로 걸어갔다. 예배당은 벽돌 건물로 비교적 크고 깔끔했다. 김제교회 달력이 걸려 있었고 2층엔 껌뿡톰의 썸은 형제님의 넷째 아들인 썸언 형제님(전심사역) 내외가 살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이 분들은 3월 1일에 껌뿡츠낭이란 곳으로 개척을 나갔다고 했다. 우리는 촛불을 켜놓고 김철회 형제님의 야고보서 강의와 질의응답으로 저녁 집회를 마쳤다. 집회가 끝나자 전기가 들어왔다. 이곳엔 전기가 자주 나가곤 한다고 했다.

새벽 6시 40분경, 가나안 기술학교 3층의 증축공사로 인해 며칠째 시끄러운 소리를 났다. 경건의 시간을 갖고 주방에 가보니 열대 과일들이 많았다. 이곳은 과일이 풍부해서 만족할 만큼 먹을 수 있다. 오늘 아침도 주님이 주시는 대로 풍족하게 먹었다. 오늘은 프놈펜 시내에 자리 잡고 있는 옛 왕궁을 구경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왕궁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와 있었고 왕궁 경비들의 삼엄한 점검 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으리으리하고 찬란한 색상, 여러 개의 왕궁 건물들이 제각기 다른 역할을 하지만 모습은 비슷했다. 실내에서는 촬영이 허용되지 않았다. 건물지붕 모서리에는 뱀이 거꾸로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이 있었다. 알고 보니 캄보디아의 글씨도 뱀의 형상을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 나라는 사탄이 많은 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왕궁 중 한 곳에 들어가 보니 엄청난 숫자의 크고 작은 부처상들이 여러 장식을 하고 여러 가지 옷을 입고 전시된 모습이었다. 아마도 수천, 수만 개는 되는 것 같았다. 부처가 최고의 신인 줄 아는 이들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궁전을 나온 우리는 배를 타고 메콩강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상가옥이 많았는데 작은 배에서 온 가족이 사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 한쪽 지역에는 으리으리한 카지노가 자리 잡고 있고 수도인 프놈펜이라서 그런지 대사관건물들도 많았다. 한국 국기도 있었다. 이처럼 이 지역은 극심한 빈부의 격차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점심으로 옥수수식당에서 옥수수를 먹고 가나안 기술학교로 돌아와 근처 시장에서 한국에 가지고 갈 선물을 샀다.

오전 8시에 아이들을 데리고 벙뜨러바엑 교회의 주일학교에 걸어서 갔다. 젊은 형제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고 다른 방에선 자매 교사들이 고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1층 한쪽엔 주방도 있었다. 2층에서는 학생과 청년들이 따로 집회를 가지고 있었다. 10시경 본당에 모여 예배를 드렸다. 많은 형제자매님이 예배당을 꽉 채웠다. 진지한 모습으로 하나님께 감사하고 한 목소리로 찬양할 때 주님이 흐뭇해하실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청년들이 특송을 들려주고 곧 이어 한국 어린이들이 ‘축복 합니다.'라는 찬양을 하였다. 한국 성도들도 기쁨으로 특송을 드렸다. 계속해서 김철회 형제님의 말씀과 김한식 형제님의 통역으로 야고보서 말씀이 전해졌고 우리는 한 공간에 모여 달콤한 말씀을 맛보았다.

 점심 시간이 되자 한국처럼 이곳 자매님들이 정성껏 애찬을 준비해 주셨다. 모두들 맛있게 먹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소(牛)트럭이 교회에 왔다. 알고 보니 이 모임의 썸은 형제님의 둘째 아들인 썸이엇 형제님이 일하는 근처의 고아원에서 온 아이들을 태우러 온 트럭이었는데 철창이 있어서 보기는 좋지 않았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에서는 많은 사람이 이런 트럭을 버스로 이용하고 있었다. 남아있는 주교사들과 아이들을 위해 이재영 자매님이 종이접기를 가르쳐 주었다.

 이곳의 물은 함부로 먹지 말라고 해 물을 늘 사서 먹었다. 작은 물병 20개를 묶은 것이 1,000원으로 물 값은 굉장히 쌌다. 저녁에는 한국성도들이 헌금하여 예배당에서 저녁을 함께 먹었다. 정성껏 준비하신 음식을 먹으며 간증시간을 가지던 중에 또 전기가 나가서 촛불을 켰고 선풍기도 멈춰서 후덥지근했다.

 밤에 우리는 가나안 기술학교 형제님들 숙소(재봉반)에 모여 결산보고를 하고 가나안기술학교 3층에 짓고 있는 예배당건축을 위한 헌금을 하고 교제를 나눴다. 수부교회 김금옥 모친님이 “물이 없어 사막이 아니고 나무가 없어 사막이 아닌 영혼 없는 사막에 오셔서 전도하시면서 받는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거라 생각되네요.”라고 말씀하셨다. 모두 이 말씀에 공감하였다. 김한식 형제님이 선교사로 오셔서 힘드실 때 지은 시가 있다고 한다.

누가 뭐래도

누가 뭐래도 나는 이 고난의 길을 가네

왜냐니까 주께서 이 길을 가라시네

누가 뭐래도 나는 이 고난의 길을 가네

왜냐니까 이 길은 생명의 길이라네

누가 뭐래도 나는 이 고난의 길을 가네

왜냐니까 이 길은 영광의 길이라네

누가 뭐래도 나는 이 고난의 길을 가네

왜냐니까 이 길은 소망의 길이라네.

마지막 날 우리는 새로운 개척지 ‘껌뿡츠낭'이라는 마을로 한 시간 가량 차를 타고 갔다. 그곳은 강줄기를 끼고 수상가옥이 많고 오두막 같은 순수 나무 집이 많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이었다. 3월에 이곳으로 썸언 형제님 가정이 개척을 나올 예정이다. 이곳은 때 묻지 않은 영혼들이 많은 황금어장과도 같은 곳이다. 역시 이곳에서도 아이들과 아낙네들이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벙뜨러바엑 썸이엇 형제 내외가 일하고 있는 고아원에 들렀다. 비교적 깨끗한 시설에서 많은 아이들이 지내고 있었다. 우리는 헌금을 하고 기술학교로 돌아와 짐을 싸서 10박 11일의 여정을 마무리 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런즉 저희가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 듣지도 못한 이를 어찌 믿으리요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전파하리요 기록된바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 함과 같으니라”(롬 10:14-15)

이번 우리 선교지 방문 팀이 선교지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들은, 주님께서 김한식 선교사를 통하여 이루어 놓으신 일들을 글로써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곳에서의 놀라운 주님의 역사를 볼 때,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어지지 아니하면 많은 열매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주님의 역사는 놀랍고 위대하심을 느끼면서 영원히 찬양받으실 주님께 모든 영광과 존귀와 감사를 올려드립니다. 아멘.

조성익, 최혜영(조암수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