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역에 있어서 21세기의 주역으로 떠오른 한국교회를 생각하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짧은 교회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향한 선교의 불꽃을 피우는 한국교회는 우리의 기쁨과 자랑이며 하나님께 영광이 되리라 생각한다.

 예루살렘으로부터 시작된 선교의 역사는 소아시아와 마케도니아 그리고 로마와 유럽으로 서진(西進)하여 무려 1800여년 만에 극동의 한국에 이를 수가 있었다. 참으로 짧지 않은 긴 세월이었다. 과거에 일어난 문명의 변화만큼이나 느리게 전파되었던 것이다. 그리스도의 초림에 대한 뉴스가 세계화되기까지 2천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문명은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화되어가고 있고 점차 세계화되어 가고 있다. 지구 한쪽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일순간에 인터넷이란 매체를 타고 전 세계를 향해 전파되는 세상이다. 이런 세계의 흐름 속에 한국교회는 선교의 중추적 사명을 감당하는 역할을 주님으로부터 부여받았다. 

 한국이 왜 IT강국으로 떠오르는가? 하는 문제도 이에 무관치 않은 것 같다. 한국교회를 통해서 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직도 복음이 소외된 나라와 종족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속히 전하고자 하시는 것은 아닐까?

 이제 예루살렘으로부터 시작된 복음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예루살렘으로 향하고 있다. 지금은 과거보다 복음의 진행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곧 복음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정복하고 예루살렘에 이를 것이다. 현재 우리는 복음의 마지막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곧 주님의 영광스런 재림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 선교의 사명자로 부름 받은 한국교회와 각 성도들은 영광스런 시대적 사명을 잘 감당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교는 그리 간단한 사역이 아니다. 우리가 감당해야 할 선교의 대상은 참으로 다양한 종족과 다양한 문화들로 구성된 다양한 국가들이다. 새 시대의 선교는 과거와 달리 더욱 다양한 방법의 도입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훈련된 선교사가 선교지에 나아가 언어를 익히고 현지인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복음을 전하는 것이 선교의 주된 패턴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선교에 있어서도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게 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선교는 무엇보다도 타 문화권에 복음을 전하는 사역이기 때문에 복음을 전할 대상의 나라와 종족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용해야만 한다. 이는 선교지의 문화에 선교사들이 종속되라는 의미가 아니며 복음을 전할 목적에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용하라는 것이다. 복음을 받는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기독교는 새로운 문화이다. 그들 역시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복음을 쉽게 받아들이도록 연구하고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필요로 하는 문화를 소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교가 문화를 전파하는 사역이란 말인가라는 비난도 있을 수 있으나 씨를 뿌리기 위해서 밭갈이가 선행되어야 하듯 먼저 그들의 마음을 여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선교사역에 있어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음을 전하는 말씀사역 외에도 전도지 제작, 성경번역, 성경공부교재 출판 등을 위한 출판사역 등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복음의 확장을 위해서 제자훈련사역, 성경학교운영, 복음방송사역 등이 필요하며 선교에 대한 자유가 없는 지역에서는 학교사역, 병원사역 등 전문인 사역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태권도, 축구 등 스포츠 분야와 농업, 축산업 등은 물론 자동차, 컴퓨터 등 첨단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도 전문인선교가 가능하다. 이러한 전문적인 분야의 사역들은 말씀 사역자들이 아닐지라도 사역이 가능하며 도리어 이런 전문분야에 경험과 능력이 있는 분들이 맡아 사역함으로 더욱 효과적인 사역의 열매들을 거두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선교를 꼭 말씀을 전하는 전임사역자들만이 감당해야하는 분야로 생각하여 말씀에 대한 은사가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제한하거나 뒤로 물러서거나 포기하는 일이 없어야 될 것이다.

한국의 기성교회는 새해 들어 MT2020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MT2020운동이란 2020년까지 100만명(Million)의 자비량선교사(Tent-maker)를 보내자는 운동이다. 이는 구체적으로는 세계 258개국 2만 4000여 종족에게 선교사를 보내자는 것인데 ‘100만명 자비량선교단, 10만 자비량 선교 정병'을 구호로 내세우고 있다.

MT2020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 교회와 전임 선교사 뿐 아니라 해외 한국교회와 교포, 해외 사업가와 은퇴자, 한국 유학생과 2세 등 전체 한인교회 공동체가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비전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교 패러다임(세계관)부터 바뀌어야 가능하다. 선교사라고 하면 후방 교회로부터 전적인 지원을 받아 오지에 가서 모든 시간을 바쳐 주와 복음을 위해 섬기는 전문적인 선교사역자만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전임 목회자 중심의 엘리트 선교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인들 가운데 선교에 헌신한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활용하여 선교사로서의 사역을 하는 경우와 유학과 사업으로 해외에 진출해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자비량 선교사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할 때 이는 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또한 조기 은퇴했거나 명퇴자들 가운데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실버선교사로 활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전도 국가들은 대부분 복음이 전파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종교 활동을 금하는 비민주주의 국가들이다. 특히 선교대상국들 중에는 기독교에 적대적인 이슬람권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선교사들의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지역이 대부분이라서 이러한 선교의 환경을 생각하면 전문인 선교사들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미 기성교단에는 기독의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전문인 선교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빵과 복음'을 내세우면서 기독교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일하는 기아대책(KFHI) 월드미션 같은 비정부기구(NGO)들의 활동도 일종의 선교로 볼 수 있다. 또한 방학을 이용해서 대학생들이 선교지를 방문하여 일정기간 봉사하는 일이라든지 선교에 뜻을 품은 젊은이들이 단기선교를 떠나는 것도 일종의 선교활동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교회와 성도들은 19세기의 선교방식을 주장하며 허드슨 테일러와 같은 선교사나 100여 년 전 이 땅에 복음을 전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같은 목회자 선교사만을 고집한다. 교회의 관심과 지원도 대부분 목회자 선교사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선교에 있어서 과거의 틀을 버리고 새로운 문명에 맞는 선교를 해야 할 때이다. 또한 ‘선교'하면 꼭 선교지에 일생을 바치거나 뼈를 묻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선교에 대한 헌신의 벽이 아득히 높아만 보이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죽음을 각오하고 헌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꼭 그와 같은 방법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선교에 헌신할 수가  있다. 앞서 나가 있는 선교사의 사역을 돕기 위해 중·단기적으로 특정한 사역에 동참할 수도 있고 자신의 전문분야를 살려 미개척지에 앞서 가서 선교의 기초를 놓을 수도 있다. 또는 국내외의 팀 선교단체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고 본다. 또한 IT강국이라는 한국의 이점을 살려 인터넷 선교도 새로운 선교 분야로 활용할 때라고 생각된다.

선교는 영적인 전투이다. 전쟁에서는 꼭 일선에서 싸우는 군인만 군인이 아니며 군대라고 다 같은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군인들은 단기간의 전투에 투입되기도 하고 어떤 군인들은 장기간의 전략적인 임무에 관여하기도 한다. 전쟁에 있어서 어떤 부대는 목표를 점령하는 임무를 맡기도 하고 어떤 부대는 상륙 거점을 확보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또는 최전방에서 전투에 참전하는 군인도 있고 후방에서 보급을 담당하는 군인도 있다. 이와 같이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의 역할과 임무는 다양하고 전쟁을 수행하는 작전도 다양하다. 선교에 있어서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복음으로 세상을 정복하는 날까지 영적전투를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성령님께서는 다양하게 역사하시는 분임을 기억해야 될 것이다. 선교는 어느 특정인이나 특수 계층에게만 허락된 것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분부하신 주님의 지상명령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선교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전문분야를 활용하여 선교의 대열에 동참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다만 어떤 방법으로든 선교에 헌신된 그리스도인들의 영적인 자질이 중요함으로 지역교회의 검증과 천거가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일정기간 선교사 훈련을 받는 것도 필요하리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선교지에서 필요한 선교사, 즉 고급인력을 파송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하면 전문인 선교가 프로젝트 중심의 물질 선교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선교지의 상황은 경제와 산업이 낙후하여 물질과 기술의 도움을 요청하는 서비스 선교가 요구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능하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전문인선교와 원주민 교회 스스로 일하도록 하는 자립선교를 강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임사역자들 중심으로 집중되었던 선교문화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 선교사역으로 확대되기를 바라며 직업을 가진 전문인 선교사에게도 많은 관심과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이는 아무리 직업을 가진 전문인 선교사라고 해도 선교활동을 제대로 하려면 후방 교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우상(대전대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