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네 식물을 물 위에 던지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 너는 아침에 씨를 뿌리고 저녁에도 손을 거두지 말라. 이것이 잘 될는지, 저것이 잘 될는지, 혹 둘이 다 잘 될는지 알지 못함이니라(전 11:1, 6)”

우리 부부는 지난 1월 6일부터 31일까지 26일 동안 네팔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현웅 형제님 가정이 올해 7월까지 안식년으로 한국에 계신 가운데, 최근민 형제님 가정에 주로 머물며 카트만두 교회와 비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어진 ‘꾸시꾸시 패밀리 타운'을 오가며 네팔의 일상적인 생활을 경험하고 돌아왔다. 실제로 백마디 말보다 한 번쯤 방문하여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여러 면에서 유익하기에 선교지 방문을 적극 권해 드리고 싶다.

네팔은 인도 위에 위치한 사면이 내륙으로 둘러싸인 국가이다. 네팔의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특별히 네팔의 정치적인 문제는 매우 불안하다. 엄청난 쿠데타를 일으켜 왕위를 차지한 현재의 왕과 이에 맞서는 기존의 여러 정당들 그리고 공산당 “마오바디”들에 의해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 3년 이상 계엄령이 선포된 가운데 있다. 특히, 네팔은 “번다'라는 것이 있다. ‘번다'의 뜻은 “close” 즉, “닫다”라는 뜻으로 일반적인 생활용어이지만, 3년 전 계엄령 이후로 상점이나 호텔 등의 모든 영업이 금지되고, 대중교통 및 모든 개인교통 수단들이 전혀 움직일 수 없는 날이 되었다. 다만, 자전거와 도보만 허용되는 날이다. 물론, 영업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다음 날 “마오바디”에 의해 죽음을 맛보거나, 자동차 같은 경우는 폭파당한다. 이것은 왕에 맞서서 자신들의 권력을 표현하는 막무가내식 조치인 것이다. 지금은 더욱 상황이 어려워져 한 달에 수차례의 번다가 실시되고 있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학생들의 게릴라성 폭동이 잦아져 순식간에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지난 1월 30일에는 갑작스런 폭동으로 인해 최근민 형제님의 자동차가 큰 피해를 입었고, 주먹만한 돌맹이에 등 부위를 맞아 신체적인 것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큰 충격을 입기도 했다.

네팔의 경제적인 상황은 세계 7대 빈곤국가에 해당되는 만큼 가난한 국가이다. 그러면서도 아시아에서 가장 공해가 심한 도시가 바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다. 분지에 위치된 지형적인 면과 오래된 자동차들의 매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도 있으며, 외국인은 보통 30분만 다니면 두통이 생겨 시내에 다니는 것조차도 싫어질 정도다. 또한 이틀 정도면 흰 옷이 금새 까맣게 더러워지기도 한다.

화폐단위는 Rs(루피)를 사용하고 있는데, 1루피=16원, 71루피=1달러(US) 수준의 환율이 적용된다(2004년 1월 기준). 그런데, 예상 밖으로 네팔의 물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부분의 물가가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어떤 종류들은 오히려 더욱 비싸다. 특히 공산품 같은 것들은 자체 생산 능력이 거의 없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게 되는데, 수입경로가 항공기와 인도를 통한 육로 교통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그나마 있는 도로시설도 너무나 열악하다. 2개 노선 밖에 없을 뿐 아니라, 둘 다 편도 1차선에 많은 부분이 비포장 상태이다. 더구나  “번다”나 “산사태”로 인해 육로 교통은 빈번히 막히고 있다. 또한, 바다가 없기 때문에, 배를 통한 교통은 전혀 없다.

이렇기 때문에 물가가 비쌀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휘발유나 석유, LP가스 경우도 질적으로 떨어지지만, 가격은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고, 또한 어려운 경제적 기반으로 인해 수많은 청년과 장년층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도로 주변이나 관광지 등에 서성거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꾸시꾸시 패밀리 타운의 유지비 중 직원 봉급만 매달 100만원이 넘게 소요되고 있다.

그러나 호텔 사업의 경제적인 흑자는 현재 네팔의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기반으로 볼 때 불가능한 상황이다. 발 벗고 뛰어다니지만, 매달 많은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꾸시꾸시의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어떻게 호텔 문을 닫지 않고 계속 이루어져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는, 그리고 실제로 현지에서 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우리의 일반적인 이해를 초월하는 것들이 아주 많이 존재하는 국가이다.

네팔은 힌두교가 법으로 지정된 국가이다. 실제로는 힌두교와 힌두에서 파생된 불교가 함께 어우러져 공존하고 있다. 실제 생활을 들여다보면, 네팔 인들에게 힌두는 종교가 아니라, 삶 그 자체인 것을 보게 된다. 종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힌두 문화가 그들의 삶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네팔의 문화재 같은 것들을 보면 조각이나 그림에 있어 코브라와 뱀들의 형상들로 가득 차 있는데, 곧 힌두의 문화는 대표적으로 뱀의 문화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사회와 가족, 주민들로부터의 따돌림과 핍박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모든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반면에,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기독교로 접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구원받는 역사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면에서 살피고 돌아봐야 하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또한 외국인의 선교활동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선교활동에 대해 고발해서 그 일이 드러나게 되면 모든 것을 고스란히 놔두고 추방당하게 된다. 여러 면에서 그 어느 것 하나 마음 편히 뒷받침해 줄 여건이 없는 국가임을 절실히 느낀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는 3개의 지역(구)으로 이루어져 있다. 카트만두 지역, 러릿풀 지역, 그리고 파탄 지역으로, 그 중에서 현재 카트만두 교회와 러릿풀 교회가 세워져 있습니다. 7년 전 이현웅 형제님께서 카트만두교회를 개척하셨고, 2003년에는 카트만두교회에서 러릿풀 지역으로 개척하면서 2개의 교회로 모이고 있다. 러릿풀 교회는 현재 이현웅 형제님께서 한국에 머무는 동안 주로 네팔 선교 초기에 구원받은 타씨라마 형제님과 허말 형제님을 주축으로 모이고 있다. 또한 카트만두교회는 최근민 형제님과 두루바 형제님을 주축으로 모이고 있다.

카트만두교회는 토요일 만찬예배와 수요 집회, 목요일 가정 성경공부 모임 그리고 월요일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최근민 형제님 집에서 복음교제를 하고 있다. 최근민 형제님은 언어구사에 있어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사업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생활하다보니 비교적 빠르게 언어를 습득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교회에서도 말씀을 어느 정도 전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자매님과 아들 지환이도 말씀을 듣고 이해하며, 생활하는 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는 가운데 있다. 오히려, 네팔 자체의 어려움도 힘든 것이지만, 전문인 선교사를 종종 단순히 사업가로서 바라보는 시선은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교회적인 사역과 그리고, 적자의 부담감을 계속 안은 채, 비자를 유지하기 위해 꾸시꾸시 사역을 함께 해야만 하는 이중적인 부담을 보면서 주님의 자비하심을 더욱 구하게 된다. 네팔에서 비자 문제는 선교의 기초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문제다. 비자가 없으면 그 국가에서 머무를 수도 없으며 그렇게 된다면 선교는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네팔에 머물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비자나 학생 비자를 받으면 머물 수 있지만, 학생 비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발급해 주지 않기 때문에 비즈니스 비자 외에는 네팔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게다가 비즈니스 비자를 받으려면 일반적으로 호텔이나 레스토랑 같은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1년에 한 번씩 비자를 갱신해야하는 까다로운 법 적용도 어려움 중 하나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선교지에서 주님의 일을 하려면 사람의 지혜나 경제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임을 더욱 강하게 깨닫게 되었다. 말씀을 가까이 하고 말씀에 순종하며, 애절한 기도 가운데 주님께 무릎 꿇는 것은 필요에 따라 이따금씩 사용하는 수단이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될 수 밖에 없음을 보게 된다. 주님을 의지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숨 쉴 수 없는 현실을 날마다 직시하기 때문이다. 주님과 관계가 어려운 가운데서는 선교지에서의 삶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손을 바라는 것 대신에 오직 주님의 손길을 바라보게 되며, 사람을 의지하는 것 대신에 주님을 의지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관계 전도 즉, 오랜 시간 동안 선한 간증을 통해서 증거 하지 않으면 복음의 문이 열리지 않는 네팔의 국가적인 상황과 국민성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점 때문에 가정생활 뿐 아니라, 꾸시꾸시 패밀리 타운에 대한 이미지 관리는 곧 복음에 대한 이미지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인근 마을 사람들에게 매우 봉사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여러 경로를 통해 있는 힘을 다해 주민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마을 주민들의 경제적인 발전을 위해 KOICA에 젖소 사육 프로젝트를 제안하여 2년간 4만 달러와 이에 필요한 전문 인력 4명을 한국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도록 주님께서 인도해 주신 일이다.

또한, 100년 전 우리나라가 그러했던 것처럼, 네팔의 젊은이들에게 성경과 복음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교육 사업은 매우 중요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이런 때에 기아 대책기구의 지인을 통해 일단 5년간 300명의 장학금을 지원받게 해 주신 주님의 도우심은 놀랍기만 하다, 그래서 2004년 꾸시꾸시 인근 마을에 “뉴 호라이전 스쿨”을 경영하도록 하셨다. 이곳에서 시도되고 있는 1:1 장학제도는 힌두교 네팔의 빈틈을 찌르는 전도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장학 혜택을 받는 학생들은 그들 가족의 동의 아래 복음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방학 때 이뤄질 성경캠프에는 한국의 대학생 형제, 자매님들의 자원봉사가 또한 적지 않은 힘을 줄 수 있으며, 무엇보다 본인의 성장에 도움을 얻을 수 있기에 이곳으로의 아름다운 동역을 권하고 싶다.

네팔을 다녀와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곳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넉넉한 여건 가운데 주님을 섬기고 있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편하고 마음껏 주님을 신나게 섬길 수 있는 은혜를 얻었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스도 안에서 나를 지으신 목적을 좇아 주어진 은혜의 시간동안 충성스럽게 살기를 기도한다.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주님의 말씀은 더 이상 우리에게 의무감으로 다가오는 책임이나 율법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주님의 사랑이요, 평강과 행복으로 인도하는 주님의 자비하신 삶의 방식임을 더더욱 느끼게 된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이 진실로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의 도구가 되기를 소원한다.

지금도 네팔을 생각하면 가슴 뭉클한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주님께서 주님만을 바라보는 주의 가정과 혼란 가운데 있는 네팔을 긍휼히 여기시고, 영육 간에 강건하게 보호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시 121: 1-2)”

“우리는 그의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엡 2:10)”

김 부 식(대전 대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