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선교는 결코 아무 것도 없는 진공 상태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어떤 상황에서 행해집니다. 이미 실존하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태국에서 전도하려면 불교문화권이라는 상황을 인식해야 하고 호주에서 선교하려면 이 나라의 사회 현실과 서구 사람들의 사고 방식 및 생활 습관을 알아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보다 더 효과적인 전도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과거에 많은 서양선교사들이 한국에 와서 그들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해 전도했지만 그들은 종종 한국 상황을 무시한채로 서양문화를 중심으로 하고자 했기 때문에 문화적 충돌들을 자주 겪어야 했습니다. 지금도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를 서양 종교로 인정하여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도 선교지 문화를 무시한 사역의 결과로 이해됩니다. 효과적인 세계 선교를 위해서는 선교지의 문화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됩니다.

복음과 문화
몽골 사람들은 그들이 믿는 신을 대단히 공경합니다. 그러므로 신의 사진이나 그림이라도 아주 소중히 다룹니다. 심지어는 성냥곽에 조잡스럽게 인쇄된 그림이라도 신을 그린 것이라면 바닥에 놓지 않고 선반 위에 둡니다. 그들이 섬기는 신을 경외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몽골의 문화중 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처음에는 이런 것을 잘 모르고 선교를 합니다. 예수님의 얼굴이나 모습이 인쇄된 전도지를 집에다 던지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돌리기도 합니다. 문 앞이나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전도지를 사람들이 밟고 지나갑니다. 이런 모습을 보는 몽골 사람들의 반응은 대단히 부정적입니다. - “기독교인들은 왜 자기들의 신을 저렇게 모독하는가? 자기들이 모독하는 신을 왜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가?”라고 생각하면서…

필리핀 사람들에게는 집을 방문할 때 집에 있는 물건들을 보고 “아주 아름답다” 또는 “잘 어울린다”는 말을 하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이 말은 그것을 달라고 하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들은 한국의 문화로 볼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국과 문화권이 다른 나라에서는 복음을 전하는 일에 큰 장애가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선교를 할 때 선교지의 문화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사전에 선교지의 문화를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나님의 복음은 선교지의 문화를 무시하고 선포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율법 아래 있는 자들에게는 율법 아래 있지 아니하나 율법아래 있는 것 같이 하고, 율법 없는 자들에게는 그리스도의 율법아래 있는 자나 율법 없는 자같이 되었다”(고전 9:20-23)고 하였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양이 된 것은 우리와 환경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와같은 바울의 고백을 생각하면 선교지에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할 때 선교지 문화를 무시하고 복음을 전하는 것은 지혜스럽지 못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선교지 문화를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선교지 문화를 정확히 알 때 우리는 복음을 올바르고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충격
선교사가 처음 선교지에 가면 이국적인 풍경과 호기심으로 흥분합니다. 낯선 지역에서 그 나라의 음식을 맛보기도 하고 흥미로운 여러 가지 문화를 접하기도 합니다. 또한 그들의 토속 신앙 의식을 구경하기도 하고 시장에 가서 다양한 상품과 특산물을 재미있게 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것들이 볼거리가 되고 흥미가 있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이곳에서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라는 심각한 문제에 부딪치게 됩니다. 지금까지 살던 환경과 방법이 다른 이 나라에서 부딪히는 문화적인 충격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의 충격입니다. 선교지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성도들과 이웃들과 자유롭게 교제하고 대화하면서 살아온 선교사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상 생활의 변화로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음식과 기후입니다. 선교지의 기후와 음식은 일반적으로 본국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또한 선교지의 생활 방법과 문화의 차이입니다. 대부분 선교사들은 많은 부분에서 현지인들의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포용하지 못하므로 현지인들과 자주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고 또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로마 교회는 두 부류의 성도들이 있었습니다. 유대계 그리스도인과 로마계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율법과 제사와 의식의 배경 속에서 구원 받은 유대인과 아무런 종교적인 배경과 문화가 없이 자란 로마인들 사이에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으로 많은 갈등이 있었던 것을 보게 됩니다. 이로인하여 서로 판단하고 업신여기는 일들이 자주 일어났고 교회는 어려웠습니다(롬14:1-12). 구원 받은 그리스도인들 안에서도 문화적인 배경의 차이로 갈등이 있는 것을 볼 때 선교지에서 문화 충격으로 인한 갈등은 당연히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성육신적 선교사역
한국인은 오랜 역사속에서도 단일 민족을 형성하고 단일문화(mono culture)를 이루어 왔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단일문화 상황에서 살아 왔기 때문에 타문화나 복수문화(multi culture)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한국은 어느 곳을 가도 언어가 통하고 음식에 불편이 없고 생활 방식의 차이를 심각하게 느끼지 못합니다. 이러한 배경은 우리가 선교지에 나가서 우리 문화에 대한 절대성을 주장하게 됩니다. 즉 자신이 속한 문화가 선교지 문화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갖기 때문에 모든 판단 기준이 우리 문화에 있게 되고 거기에 맞지 않으면 잘못된 것으로 판단해 버립니다. 자기 문화에 대한 지나친 선호와 우월감으로 타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과 무시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이러한 태도는 선교지에서 자주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선교역사를 보면 일부 서양 선교사들은 서구 문화가 가장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문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교지에 가서 선교사 자신의 문화를 전달하려고 하였습니다. 예배당은 서양식으로 지어야하고 예배 의식도 서양식으로 진행하고 찬송도 서양에서 부르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지나친 자문화 중심주의에서 오는 현상으로 다른 문화와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였습니다.

A나라의 문화가 B나라의 문화보다 우월하다는 생각과 행동은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한다고 생각됩니다. 서양문화는 좋은 것이고 아시아문화는 그보다 열등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포크와 나이프를 쓰는 문화가 수저와 젓가락을 사용하는 문화보다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문화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나라의 문화도 하나님 앞에 완전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나라의 문화이든지 거기에 포함된 많은 가치를 인정하며 이해하고 용납하는 자세가 선교사들에게는 필요할 것입니다.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쁜 가를 판단하고 대립하기 보다는 서로 다른 방법들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각 선교지에는 그 나라의 악습 또는 잘못된 문화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문화는 성경에 의해 분별되고 검토되어야 할 것입니다. 타문화권의 문화가 비성경적이고 반신앙적이 아니라면 마음을 넓히어 용납하고 관용하는 자세로 수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선교사 자신의 생각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선교지의 문화가 자기 나라의 문화와 너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나라 문화를 유치하고 이상한 것으로 단정하기 보다는 오히려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경하는 마음으로 접근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인들에게 자주 마음의 상처를 입히게 되고 그로 인해 그들은 마음을 닫게 될 것입니다.

맺는 말
선교사가 타문화권에서 선교할 때 기후, 언어, 음식, 생활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소위 문화충격(culture shock)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질적인 현지 문화를 어떻게 극복하여야할까? - 현지문화를 전적으로 배척할 때는 문화적 진공상태를 형성하게 되며 현지인들과도 자주 충돌하고 갈등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현지 문화를 무조건 다 수용하는 것은 선교지 문화를 존중하는 의도는 좋으나 분별없이 받아들일 때 복음 자체에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조건 배척하거나 모두 수용하기 보다는 선교사가 처한 상황에서 복음이 갖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하여 그 지역문화를 성경적인 조명속에 올바로 분별하여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오늘날의 선교는 소위 성육신적 선교사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사상과 전통과 문화를 초월하여 선교지의 관습과 생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성경의 원리에 비추어 버리기도 하고 또 새롭게 용납하고 이해하는 성육신적인 선교사가 되어야 합니다. 선교사가 선교지의 문화를 존중하고 현지인들을 인격적으로 포용할 때 타문화권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문화충격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문화적인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은 범사에 주님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의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 3:5-6)

어떠한 상황이나 환경 그리고 어떠한 결과라도 주님으로부터 온 것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믿음의 삶을 살 때 여러 가지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충격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마음의 안식과 평강을 가질 것입니다.

박 건 신(원당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