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보 교회의 시작

빌립보 교회는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을 따라 개척된 교회이다. 사도행전 16장 전체는 빌립보 교회가 시작된 내력을 기술하고 있다. 선교사 바울은 복음을 들고 소아시아 지역으로 가려 했지만, 성령님께서는 아시아에서 말씀을 전하지 못하게 하셨고 비두니아 지역으로 가고자 애쓸 때에도 예수님의 영이 허락하지 않으셨다. 마침내 밤에 하나님께서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라는 환상을 보여주심으로써 바울은 다음 선교지를 인도받을 수 있었다(행 16:6-40). 따라서 바울이 이끄는 선교팀은 하나님께서 드로아에서 보여주신 비전을 따라 마게도냐 지경의 첫 성이었던 빌립보로 갔다(행 16:6-11). (당시 빌립보는 로마 식민지로 마게도냐 지방의 첫 번째 성이자, 유럽의 관문이었다.)

그들은 빌립보에서 복음을 전할 대상과 첫 번째 교회 시작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기도로 며칠을 지냈다. 아마도 그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빌립보 선교에 대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했을 것이다. 그러던 중, 안식일을 맞아 기도처를 찾다가 머물던 여관 근처에 모여 있는 여인들을 발견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얼마나 놀라운지! 기도하면서 머물 곳을 구했는데,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곳에 영혼들을 보내신 것이다. 그리고 비단장사를 하는 여성 사업가인 루디아에게 복음을 전하고 제자 삼게 하셨다(행 16:13-15). 주님께 구원 받은 루디아는 지체하지 않고 바울 선교팀을 자기 집에서 영접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복음을 전하게 해 가족 모두가 구원 받고 세례도 받았다. 빌립보 교회 최초의 성도들이 준비된 것이다. 그리고 바울 선교팀은 루디아의 집에 머물게 되는데, 아마 그 집이 빌립보 교회의 집회소가 되었을 것이다.

바울은 그 집에 머물면서 계속 복음을 전하다 점치는 귀신 들린 여종을 만나 귀신을 쫓아냈는데 교회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 여종을 빌립보 교회의 두 번째 성도로 생각한다. 많은 돈을 벌게 해주던 여종을 잃은 주인에 의해 관리들에게 끌려 간 바울 일행은 많은 매를 맞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행 16:16-24). 하지만, 빌립보 감옥에 갇힌 바울과 실라가 오히려 하나님을 찬송할 때 큰 지진이 일어나 감옥 문이 열리고, 죄수들의 매인 것이 다 풀리는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난다. 이 초자연적인 현상에 매우 놀란 간수는 죄수들이 다 도망한 줄 알고 자결하려 하는데, 바울은 이를 말리며 도리어 복음 전할 기회로 삼는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행 16:31) 전인적인 자기 몰락을 경험한 간수는 이 복음의 말씀을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동아줄인 양 생각하고, 복음의 대상이신 주님을 부여 잡는다. 그리고 자기 집에 있는 모든 사람과 함께 주님의 말씀을 듣고 자신들의 신앙을 세례(침례)를 통해 나타냈다. 하나님을 믿고 크게 기뻐하는 이 가족을 통해 빌립보 교회의 세 번째 성도들이 탄생한 것이다(행 16:25-34).

이렇게 빌립보 교회는 비단 장수 루디아와 그 가족들, 귀신들려 점치던 여종, 그리고 간수와 그 가족을 중심으로 개척된 선교지의 어린 교회였다. 그런 교회를 향하여 선교사 바울은 선교적 교회로 성숙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핵심적 내용을 강조한다.

성육신을 실천하는 교회

선교사 바울은 먼저 교회 가운데 그리스도의 마음을 본받는 태도가 있어야 함을 역설했다(빌 2:1-11). 바울이 빌립보 성도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성육신(incarnation)이었다.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빌 2:8). 빌립보 성도들이 마음을 같이하여 한마음을 품기 위해서는(빌 2:2) 무엇보다도 주님의 성육신 원리를 본받아야만 했다. 교회 가운데 하나님 영광과 성령의 능력이 나타나려면, 성도들이 주 안에서 하나 되는 것이 첫 번째 필수 조건이다(요 10:35). 주님께서 죄인들을 구원하시고자 사람의 모양이 되셨고 죽기까지 순종한 성육신의 원리를 성도들이 실천해야만 초대 예루살렘 교회처럼 하나가 되어 교회 가운데 성령님의 역사가 충만하게 나타날 것이다(행 2:42-47).

이러한 성육신 원리는 주님의 제자로 보내심을 받은 선교사들을 통하여 선교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선교사들은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현지인의 말을 배우고 음식을 먹으며 그들의 문화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교회가 선교적이 된다는 말은 교회 가운데 종의 도를 실천하는 성육신의 원리가 충만하게 나타남과 같다. 또한, 종의 모습으로 지역 주민들을 섬길 때 지역 전도가 활발하게 일어나게 될 것이다.

선교에 동역하는 교회

선교사 바울은 빌립보 교회를 향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하게 생활하라.”라고 강조했다.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생활이란 성육신의 원리를 실천하고 복음의 신앙 안에서 한마음을 이루고 서로 협력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두 가지를 행하려면 고난에 동참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복음을 통해 우리에게 은혜를 알게 하신 하나님께서는 다만 우리가 그를 믿을 뿐 아니라 그를 위하여 고난을 받는 것까지 염두에 두셨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싸움은 늘 바울을 따라 다녔다(빌 1:27-30).

이제 선교사 바울은 빌립보 교회에서 선교를 돕기 위해 파송한 에바브로디도에 대해 언급한다(빌 2:25). 그는 바울의 선교팀과 함께 수고하고 함께 군사 된 자로서 선교팀의 쓸 것을 돕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심지어 죽게 된 지경에서도 자기 목숨을 돌보지 않고 바울의 선교팀을 헌신적으로 도왔다(빌 2:30). 그가 그토록 헌신한 이유는 빌립보 교회가 마땅히 바울 선교팀을 지원하고 동역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룩한 의무에 동참하고 동역하는 교회야말로 하나님께서 기대하시고 또 기뻐하시는 교회이다. 영적, 물질적으로 받기만 바라는 개인이나 교회는 쇠퇴하지만, 주는 기쁨과 베푸는 기쁨을 아는 개인이나 교회는 흥왕한다. 이는 하나님 나라 확장의 중요한 원리이다.

“범사에 여러분에게 모본을 보여 준 바와 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행 20:35)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질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그러므로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지니라.”(갈 6:7-10)

게다가 에바브로디도는 빌립보 교회가 바울 선교팀과의 동역을 위해 파송한 선교사였다. 근본적으로 선교하는 교회는 파송하는 교회여야 한다. 왜냐하면, 부활하신 주님께서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오셔서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 20:21)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현대 교회들도 어떻게든 현지 선교에 동참하기 위한 다양한 선교사를 파송해야 한다.

미래 지향적 교회

바울 선교사는 어떤 서신서보다 빌립보서에서 자신의 소명과 사명을 확신 있게 강조하고 있다(빌 3:7-16). 그는 그리스도께 잡힌 바 된 그것, 오로지 푯대를 향하여 전진하는 자기 모습을 본받으라고 강력하게 권한다(빌 3:12-14). 빌립보 교회는 특별히 마게도냐 지역 복음화를 위하여 주님께서 세우신 교회로, 사도 바울이 이방 선교를 위하여 세우심을 받은 것처럼 주변 지역에 복음을 전하고자 일심으로 매진할 사명을 가짐을 일깨운다. 또한, 빌립보 성도들의 정체성이 로마 시민이 아닌 하나님 나라 시민임을 분명히 선포하고 있다(빌 3:20). 그렇다면, 우리의 시민권은 어디에 있을까? 땅에? 아니면 하늘에? 이 질문은 오늘날 전 세계의 한국 교민, 특별히 선진국 시민권을 획득하려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큰 도전이 된다. 빌립보 성도들의 궁극적 목표가 로마 시민이 아닌 하늘나라 시민이듯 오늘날 하늘나라 시민권을 거저 얻은 그리스도인들도 땅 끝 백성들이 이 하늘나라 시민이 되도록 선교하는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

선교하는 교회로서의 빌립보 교회

사도 바울이 빌립보 교회를 향하여 기뻐하라고 선포할 수 있었던 것은 교회 가운데 주님의 성육신적인 주권과 복음 전파를 위한 헌신, 그리고 하늘나라 시민권이라는 푯대를 향한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이천 년 전 빌립보 교회나 오늘날 모든 교회에게 동일하게 요구된다. 주님의 성육신 원리가 실천됨으로 주님의 영광이 나타나는 교회, 죽기까지 자신을 돌보지 않고 선교에 동역하는 교회, 그리고 하늘 시민권의 푯대를 향하여 일심으로 나아가는 교회, 바로 이런 교회가 21세기에도 주님께서 기대하시는 선교적 교회이다.

글: 이종수(편집인)

참고서적: 선교 타임즈 2009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