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필리핀 비사얀 지역 교회 연합 컨퍼런스를 마치면서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 이는 너희의 드릴 영적 예배니라”(롬 12:1)

지난 5월 25일부터 29일까지 “너희 몸을 하나님께 드리라” (Offer your bodies to God )는 주제로 필리핀 비사얀 지역에 있는 세 지역교회가(빡나안교회, 딱빌라란교회, 가모떼스교회) 연합으로 컨퍼런스를 가졌습니다.

필리핀은 북부 마닐라가 있는 큰 섬 루존과 중부 여러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 비사얀 지역, 그리고 남부 민다나오 섬으로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필리핀 국기에 있는 세 별의 상징은 이 세 지역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필리핀모임 초창기에 선교사로 온 씨릴 브룩스 형제님의 전기(원제:Grace Triumphant)에는 1911년경 영국을 비롯한 서구 모임의 몇 형제님들이 선교 사역을 시작하였으며, 1913년에 처음으로 복음의 열매를 맺으며 작은 모임이 시작 되었음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오랜 모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필리핀임에도 불구하고 비사얀 지역에는 빠나이섬의 나하파이 모임과 사말 섬을 제외하고는 교회가 개척 되어진 곳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한국모임의 역사와 비교하여 볼 때 그 성장이 심히 느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1994년 이원재 형제님이 주님의 부르심으로 이곳 필리핀에 오게 되었고, 1995년 중부 비사얀 지역의 중심 섬인 세부(Cebu) 만다위 시에 있는 빈민촌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에서 본격적인 사역이 시작되었습니다. “가난한 자들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 고 하신 말씀대로 가난한 영혼들에게 복음이 증거되어지고, 그 가운데 많은 영혼들이 구원을 받고 침례에 순종하는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2000년 한국 성도님들의 많은 후원과 기도로 빡나안 지역에 예배당 건물을 짓게 되었고, 교회를 이전하여 현재 빡나안 교회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가모떼스(Camotes) 섬은 크리센쇼(빡나안교회 성도) 형제님의 고향으로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이원재 형제님이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그곳에 있는 영혼들에게 복음을 전하여왔고 그 가운데 현지 동역자인 멘지 형제를 만나게 되었으며, 영혼들이 구원받아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교회가 개척되어졌습니다. 이 짧은 글로 그 간의 형제님의 사역을 다 표현 할 수 없지만, 형제님의 수고가 결코 헛되지 않아 주님께서 때를 따라 복음의 열매를 맺게 하여 주셨고,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모임이 세워졌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우리에게 위로와 큰 도전이 된다 하겠습니다.

보홀(Bohol) 섬에 있는 딱빌라란(Tagbilaran) 교회는 2002년 8월부터 정기적으로 성경공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에 방문하여 성경공부를 하고는 목요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지속되었고, 성경공부를 시작한지 3년 이 흐른 후에야 3명의 영혼들이 구원받고 침례를 받는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우리의 수고와 희생으로 영혼들이 구원받는 것 만큼 기쁘고 가치 있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생각합니다. 믿음이 없는 자는 “그는 그 일을 속속히 이루어 우리로 보게 할 것이며,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는 그 도모를 속히 임하게 하여 우리로 알게 할 것이라”(사 5:19)고 말합니다.

그러나 실로아의 물이 천천히 흐르듯, 느리게 역사하지만 주님께서 함께하시는 사역 그리고 주님 오실 때까지 견고하여 흔들리지 않는 아름다운 교회로 세워지는 것이야말로 사역자들의 가장 큰 기도제목이며 바램이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 딱빌라란 지역에서는 성경공부를 통하여 영혼들이 구원받아 침례를 받았지만 교회 명칭으로는 모이지 않고 있던 때인 2005년 10월경 울산중부 모임의 황수영 형제님 가족이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현재 딱빌라란 교회에서 이원재 형제님과 함께 동역하며 수고하는 가운데 있으며 현재는 약 20명의 성도님들이 함께 모여 주님을 섬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3개 지역교회에서(심동식 형제님이 사역하시는 일로일로(Iloilo) 교회는 사정상 이번 컨퍼런스에 함께하지 못하였습니다.) 어린이들과 구도자를 합하여 약 160여명이 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하였습니다. 컨퍼런스를 통하여 로뎀 나무 아래에서의 엘리야처럼 성도들이 영육간에 쉼을 누리고 소생함을 얻는 시간이 되기를, 그리고 우리가 가고 있는 믿음의 길을 계속 갈 수 있기를 기도하는 가운데 컨퍼런스를 준비하였습니다.

컨퍼런스 장소인 가모떼스 예배당은 코코넛 나무 숲에 위치해 있어서 남국의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예년에 비하여 많은 인원이 참석하여 일부 성도들은 야외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자야 하는 불편함 가운데에서도 성도님들은 주님의 말씀과 성도의 교제로 즐겁기만 하였습니다. 마른 나무 가지와 코코넛 마른 껍질로 불을 떼서 밥을 지어먹고, 청년들은 기타를 치며, 소리 높여 주님을 마음껏 찬양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성도들은 주님의 품에 있는 듯 안식을 누렸습니다.

성도들을 위한 메시지는 저와 이원재 형제님이 준비하여 전하였으며, 복음 메시지는 가모떼스 교회 멘지 형제와 빡나안 교회 조엘 형제가 전하였습니다. 주님께서 주제에 합당한 말씀으로 우리를 교훈하여 주셨습니다. 우리를 구속하시기 위하여 아버지 하나님 앞에 향기로운 제물과 생축으로 드리신 주님을 위하여 사는 것이 지극히 합당함을 교제하였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셨을 뿐만 아니라 또한 우리 안에 함께 계셔서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우리로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는(빌 2:13) 주님의 열망을 따라 이제는 어떻게 우리의 몸을 하나님 앞에 드릴 것인지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필리핀은 1600년경에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시작하여 미국과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아온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페인이 정복하기 전에는 부족국가로 현재의 필리핀 공화국가의 모양을 갖추지 못하였던 때입니다. 그러하므로 필리핀의 역사는 곧 식민지 역사라 말하여도 틀리지 않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지금까지 절대적으로 선교사가 필요한 국가로서 그리스도인들조차도 주는 것보다는 받는데 더 익숙하여져 있는 정서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자신의 삶을 드리라는 주제의 말씀은 우리들 모두에게 큰 도전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대부분 가난한 성도들이라 할지라도 과부의 두 렙돈을 가장 크게 여기셨던 주님을 생각함으로 필리핀 성도들이 자신들의 시간과 재물을 주께 드리고 주를 위하여 수고하는 진정 복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기를 원하며, 이들의 삶을 통하여 주님께서 크게 역사하시므로 미래에는 선교사가 필요 없는 나라, 선교사를 파송하며 후원하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하여 보게 됩니다.

복음메시지는 가모떼스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는 멘지 형제와 빡나안 교회 일군인 조엘 형제가 전하였으며, 약 30여명의 구도자들이 참석하여 복음을 들었습니다. 이들은 저녁 집회 이후에도 그룹교제 시간을 통해서도 계속적으로 복음 전도에 은사가 있는 형제들과 더불어 복음으로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하여 상당수가 복음을 깨닫고 시인하는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물론 필리핀 특유의 국민성을 생각할 때, 오랫동안 그들을 지켜보고, 반복적으로 복음을 전하여야 합니다. 주님의 때에 그들이 말씀과 성령으로 거듭날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는 농부의 심령이 되어야만 합니다.

컨퍼런스 이틀 째에는 침례식이 있었습니다. 작년 컨퍼런스에 비하여 더욱 많은 성도들이 침례에 순종하였습니다. 2006년 2월부터 시작 된 릴로안 지역 (세부에서 북쪽으로 40분 거리) 성경공부에 참석하고 있는 멀씨 자매(기혼)와 준준 형제(21) 그리고 빡나안 교회 학생부에 참석하고 있는 니꼬 형제, 와와이 형제, 아밍글 형제, 그리고 까이까이 자매(19살) 청년형제인 리버트 형제, 딱빌라란 교회에서는 청년자매들인 로즈자매, 따라 자매, 까빌라오섬의 청년 준준 형제, 그리고 리까르도 형제의 장인이 침례에 순종하였습니다. 에메랄드 빛의 해변에서 그들은 그렇게 장사되어지고 주님과 함께하는 새 생명의 삶을 기꺼이 선택하고, 갈망하였습니다. 성도님들은 “이것이 나의 간증이요, 이것이 나의 찬송일세”를 부르며 진심으로 그들의 침례를 축하하여 주며 한 피로 구원받은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의 지체요 성도들로 영접하였습니다.

다음 날 세 지역교회가 연합으로 예배를 드렸습니다. 많은 성도님들과 영혼들이 주님의 떡과 잔이 있는 상에 둘러 앉아, 주님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분 앞에서는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자유자나 종이나 분별이 있을 수 없음을 생각게 하였습니다. 많은 것이 다른 저희이지만 만유의 주가 되시는 주님 앞에서 온전함으로 그분을 노래하고, 감사하고, 영광을 돌려드리는 우리의 심령은 성령 안에서 분명 하나였습니다. 주님의 몸과 피를 상징하는 떡과 잔을 바라보며, 주님이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으심을 기억하며 사모하기를, 그래서 장차 살아계신 주님을 가시적으로 바라볼 날을 고대하며, 우리를 죄에서 구속하신 주님을 예배하였습니다.

캠프를 마치고 돌아가는 성도들의 마음은 마치 변화 산에서 주님의 영광을 바라보고 계속적으로 그곳에 거하기를 바라는 제자들의 마음 그것이었습니다. 진정 성도들과의 4박 5일의 교제의 시간들이 우리 모두에게 힘이 되었으며, 주님을 위해 살겠다는 열망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부풀게 하였습니다. 어떤 청년들은 지난 캠프의 시간들이 마치 천국에 있었던 것 같다는, 아니 자신에게는 그곳이 천국이었었다고 간증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습니다.

돌아가는 날 아침에 그 동안 사용하였던 가모떼스 예배당과 마당을 청소하는 시간에 저는 더럽고 냄새나는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주님께 우리의 삶을 드리겠다는 열망과 실제적으로 우리의 삶을 드리는 적용 사이에는 또 다른 결단과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모든 청소가 마쳐지고, 떠날 채비를 하며, 함께 모여 마지막으로 기도회를 가지려는 시간, 찬송을 하는데 갑작스레 억수같은 비가 내렸습니다. 깨끗하게 물청소가 되어진 예배당 안이 진흙으로 더러워질까봐서, 밖에 모여 있던 성도님들은 예배당 처마에 급하게 비를 피하여 기다리면서도 주님 앞에 드리는 찬송은 연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주님 앞에 컨퍼런스에 대하여 감사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 기도가 마쳐지고도 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항구까지 가는 거리는 약 1킬로미터 정도, 도보로 이동하여야 하므로 비가 멈추지 않으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주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비를 멈추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였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삶을 주께 드림에 있어서 많은 장애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비가 우리의 찬송을 막지 못하고, 감사의 기도를 막지 못하였듯 우리의 삶에 있어서 많은 방해와 고난과 환난 가운데서도 주님 앞에 우리의 삶을 드림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리는 진정한 산 제사이며 신령한 예배임을 깨닫게 하여 주셨습니다.

배시간이 되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항구로 성도들이 향하였을 때, 먹구름이 개이더니, 비가 멈추었습니다. 우리에게 귀한 교훈을 주시고, 우리의 작은 기도에도 신실하게 응답하시는 주님의 신실하심을 경험할 수 있는 값진 순간들이었습니다. 이렇게 2007년 필리핀 비사얀 지역 교회 연합 컨퍼런스는 주님의 은혜로 마쳤습니다.

끝으로 이곳 필리핀 선교 사역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시고, 후원하여 주시는 한국지역 교회 성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이기고 손을 내리면 아말렉이 이기더니”(출 17:11)

아말렉과의 전투에서의 승리의 결정적 요인은 여호수아에게 있었던 것이 아니고, 후방에서 하나님을 향하여 손을 들고 기도하고 있는 모세와 그를 돕는 아론과 훌에게 있었음을 항상 기억합니다. 모든 선교사 형제들이 생각하듯 저 또한 현지에서의 열매들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은혜와 눈에 보이지 않은 많은 성도들의 기도의 열매임을 기억합니다.

문 인 오(필리핀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