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갈의 막대기 다윗의 물매

도르가의 바늘 라합의 밧줄

삼손 나귀턱뼈 소년 도시락

작은 것도 바치니 하나님 쓰셨네~”

한 동안 주일학교 시간에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이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을 통해 비록 작은 것이라도 하나님께 드리면 하나님께서 받으시고 크게 역사하신다는 것을 노래하는 어린이 찬송가이다.

성경에 나오는 많은 인물들 가운데 하나님께 쓰임 받았던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 다윗과 같이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인물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이름을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인물들이 있으며 심지어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은 무명의 사람들도 있다.

최근 이스라엘의 성지를 여행하면서 인상에 남은 것이 하나 있다. 대부분의 유적지마다 이미 발굴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있는 경우가 많은데 옛날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있었다. 바로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기적이 있었던 갈릴리의 벳새다에 있는 들녘이다. 방문하기 전에는 호숫가에 펼쳐진 넓은 들판이라 생각했었는데 초원으로 이루어진 동산이었다. 이곳은 헐몬산으로부터 흘러내리는 상부 요단강이 갈릴리 호수로 유입되는 지점에서 서쪽으로 위치해 있는 동산인데 갈릴리 호수를 비스듬히 내려다보고 서있다.

이곳이 주님이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5천명을 먹이시고 열두 바구니를 남기신 기적의 장소이다. 일정 관계로 동산에 올라가보지는 못했지만 당시의 수많은 군중이 주님 앞에 구름 떼 같이 모여 있었을 광경을 상상해 보았다.

2천년 전 당시에 수많은 군중들이 주님의 말씀을 듣거나 이적을 기대하며 원근 각처에서 이곳으로 모여왔을 것이다. 군중들 가운데는 아마도 식사마저 거르고 주님을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을 재촉한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어느덧 하루가 저물고 식사 때가 되자 먹을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곳은 양식을 구할 수 없는 빈들일 뿐 아니라 빵을 공급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기에 주님의 제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 소년 하나가 자신의 도시락을 들고 제자들에게 나타난 것이다.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어린 소년의 단순한 행동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병인들을 낫게 하신 주님께서 그것으로 또 다른 기적을 일으키실 수 있다는 믿음의 행동이었을까? 소년의 도시락을 제자들은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여겼지만 주님은 그것을 들고 하늘을 우러러 하나님께 축사하셨다. 그러자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어른들의 이성적인 판단으로써는 내어 놓기 조차 부끄럽고 보잘것없는 어린소년의 도시락이 5천명도 넘는 군중을 먹이고 남는 기적의 도구가 된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이와 같은 헌신을 보잘 것 없고 기념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할런지 모르겠다. 성경에 나오는 사람이나 사건들을 기념하기 위해 가는 곳마다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몰려와 순례하건만 오병이어의 기적이 있었던 그곳에는 순례자들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조용하고 한적한 것이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한적한 곳에서 평화스런 갈릴리와 기적의 동산을 바라보며 잠시 2천년 전의 상황을 묵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유적지와 달리 오병이어의 기적이 있었던 초원의 동산은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당시의 상황을 묵상하며 주님의 체취를 느낄 수 있어서 오히려 감사가 되었다.

어린 소년의 작은 헌신이 수많은 사람들을 섬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주저 없이 주님께 드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마음에 생각하며 기적의 장소를 떠났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주님이 행하신 기적 가운데 유일하게 사복음서에 모두 기록되어있다. 그러므로 성경을 읽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주님께서는 이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여러 가지로 영적인 교훈을 주고 계시는데 소년의 행동을 통해서도 배워야 할 중요한 교훈이 있는 것이다.

지금도 세계 각처에서 자신의 소유로 주님을 섬기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작고 시시해 보이지만 주님은 그것을 기쁘게 받으시고 사용하셔서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 가고 계시는 것이다. 2천년 전 벳새다의 소년이 주님께 드린 보리떡과 물고기처럼 내 손의 작은 것이라도 주님의 손에 들려진다면 오늘도 놀라운 기적의 도구가 될 것이다.

지금 라디오에서는 오병이어 관한 새로운 찬양이 흘러나오고 있다.

박 우 상(대전대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