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황
호주에서 선교훈련을 끝마칠 즈음에 동료 선교사훈련생들과 선교지 결정을 놓고 기도할 때, 한결같이 태국을 선교지로 택하기를 기피하던 모습들이 생각난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투자에 비해 열매가 적은 나라라는 것이다. 태국에서 16년째 영적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자주 그 말에 대해 동감케 된다.
태국의 인구는 현재 6,400만 명을 넘어섰다. 그 중 75%가 태국민이고, 14%가 중국인, 그 외 소수부족 및 기타가 11%이다. 1500년대에 최초의 포르투갈 출신 가톨릭 선교사가 들어왔으며, 개신교 선교사는 1800년대에 들어오기 시작하여, 개신교 선교역사는 180년 정도 된다.
근세에 들어 종교의 자유가 있고 특별한 핍박을 당한 것이 없었지만, 현재 태국은 불교국가로서 전체인구 중 94.5%가 불교인이며 이슬람이 4.6%, 기독교인이 0.8%, 기타 0.1%이다.
태국은 세계에서 불교신도의 밀집도가 가장 큰 나라이다. 2005년도 통계에 따르면, 세계불교 인구는 3억 7천 6백만이라 한다. 이는 전세계 인구의 6%에 해당된다. 이 불교 인구 중 약 6천만이 태국민이기 때문에, 전세계 불교인구의 약 16%가 태국에 살고 있는 것이다. 2005년 5월 태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태국은 세계나라 중 25개 나라로 1038명의 불교 선교사를 파송해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작은 기독교 인구비율을 가지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다. 작년 정부통계에 의하면(태국에서는 주민증에 종교를 기입하게 되어 있어 공식통계가 가능하다.) 태국 내에 48만 6천 8백명의 기독교인이 있다고 한다. 이는 태국인구의 약 0.8%이다. 그런데 주민 중에 종교를 기입할 때, 예수를 부르는 모든 종교를 하나로 묶어 기독교라고 분류한다. 즉 가톨릭, 몰몬교, 여호와의 증인 등등도 위의 0.8%에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태국에서 가톨릭의 선교역사가 앞서있기 때문에, 개신교보다 가톨릭 신도들 숫자가 더 많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태국내의 개신교 신자는 20만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학급에 50명의 학생들이 있는 학교가 있다고 할 때, 두 학급의 학생인 100명중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학생이 1명이 있을까 말까한 정도라는 얘기다. 또한 그 학교에 교직원이 100명이라고 하면(교장 및 교사들, 사무직, 근로직 직원 포함)그 중 한 명 정도가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정도라는 얘기이다. 여기에다 불교 국가이기 때문에, 국왕이하 수상 및 공무원, 경찰, 군인 들이 불교행사를 생활화하고 있으며, 학교 정규교육과정에 불교의 가르침을 배우는 과목이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거의 대부분의 태국사람들이 성경 속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으며, ‘교회' (태국어로 ‘크리스짝')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대신 ‘기독교의 사원' (태국어로 ‘왓싸나 크릿')이라고 해야 대충 이해하는 자들이 태반이다. (왜냐하면, 사원이라는 말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또한 기독교 인구수가 적기 때문에, 정부주관행사로 종교지도자들을 초청했을 때도 기독교 지도자들은 뒷전에 물러나 앉아 있어야만 한다.
과거에 복음이 주로 저소득층, 산족, 소수부족 및 난민 등을 중심으로 전파되어, 아직까지도 태국 내의 기독교 인구수는 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통 태국인들은 영적 불모지와 같은 상태이다.
개인의 집은 물론이고, 관공서, 회사, 상점 등의 거의 모든 곳에, 우상단지가 세워져 있고 사회적으로 부정부패, 성문란, 에이즈, 마약 등의 심각한 문제들이 만연되어 있는 상태이다.
2. 모임현황
현재 태국에는 5개의 모임이 있는데 남쪽 푸켓시에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모임이 한 곳 있는데, 원래 중국 본토에서 이주해온 중국인들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 시작한 교회였다. 그 중간에 서양에서 온 모임 선교사들이 관계를 맺기 시작해, 현재까지 많은 서양의 모임선교사들이 거쳐간 모임이다. 그 외에는 북태 지역에서 주님의 은혜로 우리 가정을 통해 세워진 3개의 모임이 있고, 재작년 말에 우리 가정이 태국의 수도인 방콕으로 이주해 와 시작된 방콕모임이 있다.
태국 내에 5개의 모임이 있지만, 성도숫자들을 다 합해도 200명이 채 안되는 실정이다.
3. 태국선교의 문제점
태국의 선교역사를 통해 볼 때, 현저히 눈에 띄는 부흥의 역사가 있었던 적이 없다고 한다.
태국내 선교가 힘든 이유들을 생각해 보면,
1) 태국은 동남아의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서양열강의 지배를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군대를 앞세워 선교활동을 폈던 여타의 나라들과는 실정이 다른 것이다.
2) 기질적으로 공동체 생활을 중시하기 때문에, 개종을 하게 되면 그 공동체로부터 분리를 당해야만 한다.
3) 태국민들은 급격한 변화를 싫어한다. 그래서 마치 고무줄이 당기면 늘어났다가 놓으면 다시 원 상태가 되는 것처럼, 태국민들의 습성이 그러하다.
4) 부정부패, 마약, 에이즈(2003년 통계에 의하면, 에이즈 보균자가 57만명이 된다고 한다. 성적문란 등의 사회문제도 교회 성장에 저해요소가 된다.
5) 물질만능주의가 사회 전체적으로 팽배해 있다.
6) 사람중심이 아닌, 일중심의 선교역사 - 선교사들의 태국민을 향한 개인전도가 어려움을 겪게 됨에 따라 일 중심의 선교전략을 세우게 되어, NGO, 고아원, 학생기숙사 등등을 운영하여 왔는데, 그러다보니 저소득층, 산족, 소수부족 등을 중심으로 한 복음전도가 되어왔고, 자긍심이 강한 전통 태국민들에게는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 되어왔다.
7) 태국인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은혜의 복음 - 불교식 교육을 계속 받고 있는 이들의 사고 속에는 행위와 의식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공덕을 쌓아야 하고 받은 것보다 더 베풀어 주는 것이 구원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행위가 아니고 은혜로 구원받는다는 은혜의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태국인들은 기독교를 하나의 종교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고정관념을 깨뜨려 주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4. 전망 및 필요
그동안 저소득층, 산족, 소수부족 등을 중심으로 일해 왔던 선교전략을, 전통 태국인들이 사는 대도시, 중소도시로 방향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비록 쉬운 일이 아니고, 열매를 얻는 것이 더딜지라도, 일 중심 또는 인간적 방법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사역을 지향하는 선교전략을 세워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교사의 낮아짐, 깨어짐, 인내 등의 영적인 삶이 함께 해야만 되고, 태국인들의 사고와 문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 동화됨으로 말미암아 진솔한 교제를 쌓아나가는 삶을 통한 복음전도의 방법에 의지해야만 한다고 본다. 선교사의 삶속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살아계심, 역사하심, 기도응답 등을 그들이 함께 보고 체험하게 될 때, 태국에서의 하나님 나라의 확장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태국에는 아직도 일할 곳이 너무도 많다. 마약과 타락의 불꽃이 무섭게 삼키고 있는 많은 중소도시는 아직도 교회가 없는 곳이 많고, 불상과 우상으로 가득한 학교, 캠퍼스내의 수많은 젊은이들에게도 누군가 가서 소망을 전해주어야만 하며, 사회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조차도 버림받고 신음하고 있는 어두운 감옥안의 장기수, 무기수, 사형수들이 빛을 보기를 원하며,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며 기다리고 있다.
주님의 마음을 가지고 달려가 그들과 함께 울며 필요를 나누어 줄 자가 누구인가?
김 선 호(태국 선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