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선교를 위해 준비하던 80년대의 한국교회는 선교에 대한 비전이 확실하지 못했기에 선교사후보생들에게 조언이나 도움을 줄 수 없었다. 따라서 필자는 이미 오랜 선교역사와 많은 정보를 가진 외국 선교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때 받은 훈련과 철저한 준비가 지금까지 선교지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개개인에 대한 주님의 부르심이 다를 수 있으나 일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선교를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필자는 그동안 선교지에서 많은 선교사가 갈등과 혼란을 겪는 것과 그 중 여러 사람이 선교현장을 떠나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보았다. 나름대로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선교지에 오기 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열정만을 가진 상태에서 여러 가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나 갈등과 혼란을 겪다가 끝내 선교지를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선교를 달리기에 비유한다면 단거리 경기라기보다 장거리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준비단계에서부터 여유를 가지고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구원받은 성도라면, 누구나 주님을 위해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며 또한, 선교에 대한 말씀을 대할 때 자신의 삶을 선교에 헌신하고자 하는 뜨거움이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선교에 대한 열정이 있다고 해서 모두 다 선교사로 쓰임 받는 것은 아니다.
선교사는 선교 현장에서 덕스러운 은혜를 나타내야지 자칫 부담이 되거나 나쁜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교 준비과정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나 그 중 몇 가지 기본요소를 생각해보자.
1. 영적 준비
누구나 공감하듯이, 주님의 일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영적 준비라고 생각한다. 하나님 말씀을 잘 알 뿐 아니라 그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통해 하나님의 도구로서 쓰임 받는 삶을 훈련해야 한다. 이는 개인의 삶, 가정생활, 교회생활, 사회생활 등에서 하나님 말씀을 삶으로 증거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매일의 삶 속에서 자아를 깨뜨리고 오직 영적 원리에 따라 분별하고 결정하는 삶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이 되어야 한다. 이런 삶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교지로 간다면 우선 자신이 많은 어려움을 당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서는 선교지에도 어려움을 주게 된다. 필자가 지금까지 봤던 선교지에서의 갈등과 문제 대부분이 영적 미성숙과 관련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님의 길을 쫓아가는 데에 지름길이란 없고 오직 한 길만이 있어, 영적 훈련이 안 된 채 선교지로 간다면 결국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는 아픔의 시간이 될 터이고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부담을 주거나 나쁜 영향을 끼치기에 선교지로 떠나기에 앞서 믿음으로 걸어가는 삶의 훈련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교회에서나 특정 훈련과정을 통해서 자아를 깨뜨리는 훈련, 팀워크 훈련, 쉴 틈 없이 짜인 훈련과정 등을 통해 책임을 수행하는 훈련, 부부관계, 가정생활 훈련 등을 철저히 연단 받음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쓰임 받는 일꾼이 주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주님의 방법대로 일을 하고자 영적무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2. 은사에 따른 사역의 방향
은사에 따라 지역교회를 섬기는 것처럼, 선교지에서도 은사에 따라 사역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현대사회는 전문화, 세분화되어가는 추세이므로 선교도 주먹구구식보다는 프로화, 전문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눈에 드러나는 역할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주님께 받은 각자의 은사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은사에 따른 사역방향을 예로 들자면 교회개척, 목양, 방송선교, 문서사역, 도시사역, 시골사역, 부족사역, 나환자사역, 학교사역 등의 여러 사역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이 외에도 현실적으로 자비량선교를 할 수 있고 현지인과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전문인사역 (tentmaker)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필자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은사는 생각하지 않고 열정과 꿈만 가진 상태로 선교지에 와서 은사에 맞지 않는 사역을 감당하여 갈등과 혼란을 겪는 선교사들을 자주 보아 왔다. 사람의 눈에 쉽게 띄거나 인정받는 자리에 있으려 하기보다 주님의 부르심과 주님 나라확장을 위해 어디에 있을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본인의 은사에 따라 사역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선교사 본인뿐 아니라 본국의 파송교회성도들 또한, 같은 마음과 시각을 가지고 선교사를 파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교사를 파송하는 성도들의 영적 시각 수준이 낮을 때, 그로 인해 선교사의 사역을 잘못 판단하게 되고 결국 선교사와 파송교회 간의 갈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선교단체와 협력사역을 한 바 있는 필자의 실제경험에 의하면, 선교역사가 긴 서구의 교회들은 선교사의 은사에 따른 사역방향결정을 충분히 존중하고 이해하고 있다. 이는 한국교회가 더 보충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은사를 정확히 분별하는 일은 사역방향뿐만 아니라 사역지를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동남아, 중동, 러시아, 동구라파 등의 지역이나 이슬람, 불교, 힌두교 등의 종교를 고려하여 자신이 받은 소명과 은사에 따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3. 사역방향에 따른 구체적인 준비
타문화권을 이해하고 그곳에 정착하려면 먼저 현지 언어를 배워야 하는데, 이 언어습득은 단시일 내에 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현지 언어 외에 세계 공용어인 영어 공부는 선교지 적응과 사역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것은 비단 현지인들과의 의사소통뿐 아니라 각 나라에서 온 선교사와의 교류에도 도움이 되고, 필요한 자료를 구할 수 있는 출처의 범위를 넓히는 등 여러 방면에서 영어습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현지 언어를 배우기에 앞서 언어를 배우는데 도움이 되는 음성학(사람이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분류하여 듣고 발성하는 법을 익히는 언어학)을 익혀 두는 것도 필요하다. 필자는 음성학을 통해 사람의 언어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한 후에 태국어를 배웠는데, 태국어의 장단음, 발음, 성조(태국어에는 5성이 있어 성조가 틀리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됨) 등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컴퓨터, 운전(여자들도 유용할 수 있음), 수지침, 기본 의료지식, 미용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익히는 것도 선교지에서 현지인을 돕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는 부족선교를 위한 훈련을 통해 정글에서 생활하는 실전 훈련, 목수일, 야전화장실 건축, 사냥을 통한 식량 자급법, 밧줄 다루는 법, 도강훈련, 정글에서 경비행기활주로 만드는 법, 언어 습득법, 문맹퇴치(literacy), 성경 번역법 등 부족선교에 필요한 다양한 전문 기술을 익혔다. 물론, 현지에 와서 배운 모든 것을 사용하진 않지만 선교지에 가기에 앞서 할 수 있는 한 전문지식을 익혀놓는 것이 사역에 도움되리라고 생각한다.
- 맺는 말 -
선교지로 떠나기 전의 훈련 및 준비과정은, 선교지에서 여러 변수가 발생했을 때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주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주님의 방법대로 주님의 일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서양의 선교역사는 오래되었기에 선배들이 희생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어낸 축적된 선교비법을 후배들에게 전해 주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짧은 선교역사를 가진 나라로 아직 선교에 관한 충분한 지식을 갖추지 못했다. 이제는 우리도 앞선 일꾼들이 선교를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해서 길을 닦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교를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은 있지만 선교에 대한 지식이 없기에 멀게만 느껴지고 방향을 잡지 못하는 선교사 후보생들에게 할 수 있는 한 많은 선교비법을 전하는 일이야말로 선배들이 해야 할 미래의 과제이다.
또한, 선교사후보생들은 선교지로 떠나기에 앞서 주님을 의지하며 최대한의 훈련과 준비를 해서 선교지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며 주님의 축복과 은혜로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해야만 할 것이다.
김 선 호(태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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